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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세상바라보기

복지는 선심이다

by adnoctum 2011. 4. 23.


알긋냐. 돈 없으면 굶고, 못 배우고, 아파도 병원 못 가고, 늙으면 골방에 쳐박히는 게 당연지사, 이런 것에 '선심' 쓸 돈 없다. - 우리MB가카짜응의 오늘의 명언.

1분에 2천만원씩 강바닥 삽질 할 돈도 모자라는 판국에 복지가 웬말이냐, 좌파 물러 가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그 사회의 수준을 대변한다. 여자도 당연히 투표권이 있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당연하지만 여자가 투표권을 가진 것은 채 100년도 안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정도의 발전은 이루었다. 하지만, 힘 없고 가난한 국민을 국가에서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복지'의 개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엔 아직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배금주의가 만연한 한국은 "뭐시, 복지?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거 아녀? 그게 아니라고? 그럼 내 주머니에 들어갈 돈이 옆집 순이네 할아버지 한 달 식비 10만원으로 나간다는 거 아녀? 복지, 그거 못 쓰겠네", 라는 상황의 변주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지.

또한, '복지 비용 때문에 경제가 휘청거린다, 지금 복지가 웬말이냐?', 라고 하기도 한다. 일의 커다란 방향을 모르는 말이다. 원래 커다란 일이란 기조를 결정해 놓고 상황을 그 기조에 맞게끔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복지는 일단 제외', 가 아니라, '우선 복지'라는 기조를 만들어 놓고, 경제 전반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계속적으로 복지 쪽으로 자금을 돌리는 식으로 해야 한다. 어떠한 일을 할 때 머릿 속에 목적을 갖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원래 커다란 일이란 단박에 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서서히 진행시키는 것이다. 어떤 미친 놈이 무상급식한다고 나라 거덜내겠는가. 지나가는 거지 돕자고 집안 기둥 뿌리 뽑는 멍청이는 없다. 우리 식구 밥상에 한 그릇 더 올리는 것이 부담되지 않으면 그 한 그릇을 주면 되고, 이렇게 돕고자 하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으면 허튼 곳에 쓰던 것을 조금씩 줄여서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강바닥 파헤치고, 연말이면 보도블록 갈아 엎고, 선심성 공약에 돈 쓰고, 다섯살 어린이 훈이가 식목일날 한 번 올라가려고 2,000 만원 들여 만들고 쓰고 나서 200만원 들여 철거한 계단같은데 돈 쓰지 않고, 형님이 포항에 따다 준 몇 조 줄이고, 영부인이 식당 차린다고 가져 간 몇 억 줄이고, 이렇게 새는 곳을 막아서 복지로 돌리는 '기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 배 부를 때 남 돕고자 한다면 결코 남을 도울 수 없다. 그리고,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기에, 파이를 키운 후 분배하자는 소리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가장 어리석은 자기기만적인 말에 불과하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남자가 원하는 두 가지, 더 강한 권력과 여자, 는 아주 적절한 말이다. 아무리 파이가 커도 내 배 채울 욕심만 있으면 파이가 썩어서 버릴지언정 남을 주지 않는다.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내 배 곯을 정도로 남을 퍼주진 않을지라도 조금 떼어내서 줄 수 있다. 한국인들 인정 많다는 거 다 헛소리. 굶는 애들 밥 주는 것[각주:1]도 이렇게 무서워 하면서 뭔 인정이 많다고 하나.



(원래 미몹에 쓸 글인데, 이놈의 미몹, 직원이 퇴근하면서 서버 끄고 갔나, 왜 또 접속이 안되냐...)

  1. 직접적인 무상급식 얘기는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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