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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안개낀 날

by adnoctum 2010. 10. 11.

   살고 싶다는 느낌. 비록 그 정도의 긍정적 감정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귀찮다는 느낌이 없다는 것. 그 어느 행동이든 그것을 하기 직전에, 그냥 귀찮어,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그것조차도 어쩌면 매우 신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그러한 극심한 귀차니즘을 뒤로 하고 겨우겨우 쓰여지는 글. 세 번째 시도. 아마도... 얼마 전 알게 되었던, 지금이 약간은 우울한 시간이라는 것. 그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리적으로는 안정된 상태로의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어쩌면 이해할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많이 먹었다. 그래도 아직 뭔가를 먹고 힘을 내어야 하는 것에서까지 공허함을 느끼지는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많이 먹은 이유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 싫어서였다. 이제는... 배고파지기 전에 얼른 잠을 자야겠지.

   왜 그런지,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어떤 희망, 욕망, 소망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하며 살아 가는 것. 그런데, 모든, 정말 매사, 모든 행동에 있어, 이따위 것 해서 뭐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정말로 답이 없다. 평소에 시시콜콜하게 하던 그런 것도 하기 싫고, 뭔가 대단한 것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약간의 사명을 갖고 했던 것도 하기 싫고, 중요한 것임을 알고 있기에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것도 하기 싫고. 모든 것이 귀찮을 때.


빈쎈트 반 고흐, 영원의 문(At Eternity's Gate), 1890.

영원(eternity)... 역설적이군.


음... 혹시라도 이 글을, 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가 읽게 된다면, 그리고 어떻게 극복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미안하지만 여기서 그것을 알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난 단지... 아직도 그 상태에 있으니까. 겨우... 억지로 이 글 하나를 쓰는 것이, 오늘을 내가 살아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이라면 흔적일까.


빈쎈트 반 고흐, 아를의 방(Bedroom in Arles), 1888

   더이상 무엇으로 이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하기 싫고, 그냥 숨쉬는 것조차도 귀찮다는 것.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흐른다며 후회 섞인 말들을 아쉬운 듯 하기도 했었지만, 그런 것조차도 이제는 아무 의미없이 느껴지는 것. 음... 왠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조금은 더 즐거워질 수 있다면, 그 때는 충분히 우울한 마음으로 지금의 기분을 묘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잠이나 자면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아무런 감흥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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