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8 18:23
추천 도서 목록 따위 어딘가에 있는지는 내 알 바 아니고, 어느 날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인용할 때 그 사람들이 옆집 아저씨, 엊그제 길가다 만난 이름 모를 누군가, 처럼 주위
사람들인 것을 알고, 나 역시, 이 사람 뭐야, 하는 생각을 했었드랬다. 모름지기 인용이란 유명환보다 유명하고, 권위를 갖고
있고,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양반은 대체 이런 시시한 사람들을 인용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 그러면서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 책의 내용과 더불어 저자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려 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가 유엔의 문화 관련 직책을 수행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높은 사람이구나...(이 줄은 반어법)
월든에 보면, 숲에서 만난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 소위 간디 정도의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소로우조차 그냥 동네 아저씨에 의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며 임어당이 생각난 것은 그리 별난 것은 아니었다.
도는 담박하여 아무 맛이 없다는 노자. 원래 뛰어난 것은 그것 자체로 빛이날 뿐 요란스럽게 이마빡에 권위 따위를 표시하는 완장을 둘러 멜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남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될 뿐더러, 한 인간이 갖는 가치란 비교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함'에 있는 것이다.
여자에 눈이 멀었기 때문에 슈타인의 눈에는 대고모였나 하는 분의 집에서 설거지나 하고 있는 니나가, 결코 그런 곳에 있어서는 안 될 여자로 보였을지라도(생의 한가운데),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굳이 이성적 호감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하다 못해 길거리에서 오뎅 꼬치를 사먹고 있는 모습조차도 우아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근접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앙드레 김 선생님도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반대이다. 아메리칸 싸이코가 너무 많다.
하지만 고상한 취미나 우아함이라는 것 역시 한 인간의 특질을 표현하는 한 속성에 불과하며, 따라서 그것은 곧 고유함의 일부일 뿐이다. 별로 우아하지 않다고 경박한 것도 아니고, 고상하지 않아도 식상한 것도 아닌, 그런 것들이 고유함일 것이다.
깡패같이 생긴 친구 녀석이 하나 있다. 운전을 하다가 택시랑 시비가 붙을 뻔 했는데, 창밖으로 얼굴을 쭉 내미니까 그냥 가더란다. 그 당시 녀석은 그 와중에 수염도 안 깎은 상태에서 머리를 반삭을 하고 있었으니 더욱 깡패처럼 보였을게다. 생김새는 우아함이랑은 거리가 멀고 - 미안하다, 친구야ㅋㅋ - 더구나 녀석은 공대출신이다. 게다가, 자식 낳으면 울면서 '아버지, 그냥 공부하겠습니다' 해야 공부를 시키지, 그렇지 않으면 운동을 시킬 것이라고 할만큼 운동도 좋아하는 녀석이다. 그런데 그 녀석의 꿈 중 하나는 그리스로마신화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섞어서 심리추리소설을 하나 쓰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쪽으로 종종 책을 보는 것 같다. 고유한 녀석이다.
이쁘장하게 생긴 친구 녀석도 있다. 두 애 아빠인 그 녀석은 문과 출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산, 특히 프로그래밍 쪽이랑은 연관이 없다. 그런데 그 녀석은 데이터를, 관련분야가 아니면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access 로 정리를 하고 싶어 했다. 지가 한 것이 아니지만 - 그리고 그럴 위치도 아니고 - 결국 했다. 또, 수기로 작성하는 그 무엇을 바코드로 해보고 싶다고, 언젠가 노량진에서 회를 먹으면서 얘기했었다. 뭐, 이런저런 말을 했는데, 나 역시 그런 쪽으론 잘 몰라서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는 결국 그것을 해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녀석도 고유한 녀석이다.
우리는 고유해야 한다. 따라하려다 보면 오히려 어색해 진다. 넓은 거실 벽 한가운데에 혼자 생뚱맞게 걸려 있는 모조 모나리자 그림의 서투른 붓질은, 차라리 나름대로 주위에서 주서 모은 돌이나 망태기와 같은 어떠한 것들이 '디자인'을 갖고 있다는 느낌으로 어설프게 배열되어 있는 시골의 어느 허름한 사랑방보다도 못하다. 따라한 것은 고유함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 자체가 고유함을 상실한 서울은 그래서 언제나 우스꽝스럽다. 녹차 호떡같이 생긴, 무려 서울'광장'이란 이름이 붙은 곳이 그 핵심이라 하겠다. 자유로운 생각이 현실화되어 독특한 느낌을 갖게 해 주는 공간이 한국에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고유함을 간직한 사람들이 더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개발에 편자처럼 왠지 어색한 그 무엇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인다. 양들의 침묵에 보면 나오는 "비싼 가방, 허름한 신발.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 드러나는 군." 비스무리한 대사. 비싼 명품이라는 것은 허름한 그 무엇과 대조되어 더더욱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명품에만 촛점을 둔다면야 눈치채지 못할 지라도, 그 명품이 걸려 있는 사람의 이모저모까지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그 물품이 그를 더욱 우스꽝스럽고 보잘 것 없게 만드는 것이다. 더러운 말을 하면서 보석을 목에 메단 사람들마냥.
저마다 자신의 취향을 한껏 살려 고유한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건방지지 않은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
- 미몹 백업함.
월든에 보면, 숲에서 만난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 소위 간디 정도의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소로우조차 그냥 동네 아저씨에 의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며 임어당이 생각난 것은 그리 별난 것은 아니었다.
도는 담박하여 아무 맛이 없다는 노자. 원래 뛰어난 것은 그것 자체로 빛이날 뿐 요란스럽게 이마빡에 권위 따위를 표시하는 완장을 둘러 멜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남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될 뿐더러, 한 인간이 갖는 가치란 비교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함'에 있는 것이다.
여자에 눈이 멀었기 때문에 슈타인의 눈에는 대고모였나 하는 분의 집에서 설거지나 하고 있는 니나가, 결코 그런 곳에 있어서는 안 될 여자로 보였을지라도(생의 한가운데),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굳이 이성적 호감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하다 못해 길거리에서 오뎅 꼬치를 사먹고 있는 모습조차도 우아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근접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앙드레 김 선생님도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반대이다. 아메리칸 싸이코가 너무 많다.
하지만 고상한 취미나 우아함이라는 것 역시 한 인간의 특질을 표현하는 한 속성에 불과하며, 따라서 그것은 곧 고유함의 일부일 뿐이다. 별로 우아하지 않다고 경박한 것도 아니고, 고상하지 않아도 식상한 것도 아닌, 그런 것들이 고유함일 것이다.
깡패같이 생긴 친구 녀석이 하나 있다. 운전을 하다가 택시랑 시비가 붙을 뻔 했는데, 창밖으로 얼굴을 쭉 내미니까 그냥 가더란다. 그 당시 녀석은 그 와중에 수염도 안 깎은 상태에서 머리를 반삭을 하고 있었으니 더욱 깡패처럼 보였을게다. 생김새는 우아함이랑은 거리가 멀고 - 미안하다, 친구야ㅋㅋ - 더구나 녀석은 공대출신이다. 게다가, 자식 낳으면 울면서 '아버지, 그냥 공부하겠습니다' 해야 공부를 시키지, 그렇지 않으면 운동을 시킬 것이라고 할만큼 운동도 좋아하는 녀석이다. 그런데 그 녀석의 꿈 중 하나는 그리스로마신화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섞어서 심리추리소설을 하나 쓰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쪽으로 종종 책을 보는 것 같다. 고유한 녀석이다.
이쁘장하게 생긴 친구 녀석도 있다. 두 애 아빠인 그 녀석은 문과 출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산, 특히 프로그래밍 쪽이랑은 연관이 없다. 그런데 그 녀석은 데이터를, 관련분야가 아니면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access 로 정리를 하고 싶어 했다. 지가 한 것이 아니지만 - 그리고 그럴 위치도 아니고 - 결국 했다. 또, 수기로 작성하는 그 무엇을 바코드로 해보고 싶다고, 언젠가 노량진에서 회를 먹으면서 얘기했었다. 뭐, 이런저런 말을 했는데, 나 역시 그런 쪽으론 잘 몰라서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는 결국 그것을 해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녀석도 고유한 녀석이다.
우리는 고유해야 한다. 따라하려다 보면 오히려 어색해 진다. 넓은 거실 벽 한가운데에 혼자 생뚱맞게 걸려 있는 모조 모나리자 그림의 서투른 붓질은, 차라리 나름대로 주위에서 주서 모은 돌이나 망태기와 같은 어떠한 것들이 '디자인'을 갖고 있다는 느낌으로 어설프게 배열되어 있는 시골의 어느 허름한 사랑방보다도 못하다. 따라한 것은 고유함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 자체가 고유함을 상실한 서울은 그래서 언제나 우스꽝스럽다. 녹차 호떡같이 생긴, 무려 서울'광장'이란 이름이 붙은 곳이 그 핵심이라 하겠다. 자유로운 생각이 현실화되어 독특한 느낌을 갖게 해 주는 공간이 한국에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고유함을 간직한 사람들이 더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개발에 편자처럼 왠지 어색한 그 무엇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인다. 양들의 침묵에 보면 나오는 "비싼 가방, 허름한 신발.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 드러나는 군." 비스무리한 대사. 비싼 명품이라는 것은 허름한 그 무엇과 대조되어 더더욱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명품에만 촛점을 둔다면야 눈치채지 못할 지라도, 그 명품이 걸려 있는 사람의 이모저모까지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그 물품이 그를 더욱 우스꽝스럽고 보잘 것 없게 만드는 것이다. 더러운 말을 하면서 보석을 목에 메단 사람들마냥.
저마다 자신의 취향을 한껏 살려 고유한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건방지지 않은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
- 미몹 백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