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35분 경
오늘은 일정을 제법 넉넉히 잡고, 우선 나라 공원에 간 후, 도시샤 대학을 가기로 했다. 만약 도시샤 대학을 본 후 시간이 남으면 하마오쓰 호수를 볼 계획이었다.
오늘도 역시 내가 먼저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한 8시 50분쯤 출발을 했다. 난바에서 나라까지 가는 급행 열차가 있었기 때문에, 나라까지 가기는 매우 수월하였다. 긴테쓰 난바 역으로 가서, 몇 글자 아는 한자의 힘을 빌어 쉽게 급행열차를 구분할 수 있어서, 곧바로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급행 열차는 대부분 종점에서 몇 정거장 이내에는 모든 정거장에 정차를 하였다. 만약 이것을 알았다면, 그냥 닛폰바시에서 급행 열차를 타는 것이었는데... 하지만, 그랬어도 나는 다시 종점까지 왔을 것이다.
기차나 버스를 탈 때 종점이 좋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후 9시 15분 경) 긴테쓰 나라(종점)에서, 우선 좋은 자리에 앚아, 어차피 내가 갈 목적지가 또다른 종점인 긴테쓰 나라이므로, 나는 전철 노선도를 일일이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편안함을 느끼고, 상념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전철이 지하를 벗어나 밖으로 나갔을 때, 내 뒤에서 햇살이 비치는 것을 알았다. 서울 3호선, 동호대교를 지나는 그 짧은 순간에조차 지하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해와 마주 앉아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얼른 반대 편으로 자리를 옮겨, 저 멀리서 비치고 있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형세를 만들었다. 비교적 큰 창문인, 사람들 뒤에 있는 창문을 통해 햇살을 느끼고 있는데, 시험 문제가 적혀 있는듯한 종이 두세장을 들고 무엇인가를 암기하는듯한, 통통한 일본 학생이, 자신의 뒷쪽 창문에 있는 차광막을 내려, 나는 어쩔 수 없이 전철 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그 때는 아침 9시를 약간 넘은 시간으로, 매우 청명한 날 아침, 능선에 닿을듯하게 떠 있는 해에서 나오는 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는 지붕들이 계속 뒤로 움직였다. 조그만 집들이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려는듯 매우 조직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일본의 전형적인 마을이 계속 이어졌다. 이따금씩 터널을 통과할 때면, 나는 고개를 앞 혹은 뒤로 돌려, 타국의 타인의 일상을 이방인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 때, 열차와 열차 사이를 잇는 공간이 다른 곳과 조금 다르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왼쪽 연결 칸이. 왜 그럴까,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커지기도 이전에 햇살이 다시 내 눈에 들어왔고, 넓은 평야와, 그 평야를 가로지르는듯한 나무의 배열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후 열차가 멈추더니 어떤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모두 내린다. 종점까지는 꽤 여러 역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열차는 분명 종점까지 가는 것임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사태를 채 파악하기도 이전에, 직원이 내가 있는 칸으로 들어 온다. 뭐라고 하길레 내가 노선도를 보여주며 뭐라 말을 하려 하자, 열차의 머리 방향을 손으로 가리킨다. 나가 보니 사람들이 그 쪽으로 타고 있다. 나도 얼른 그 쪽으로 옮긴 후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예의주시하였다. 직원 몇 명이 와서 어떤 조작을 하더니, 내가 이전에 궁금하게 여긴,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차량 연결칸이 조종실로 바뀌고 전처가 나누어 진다. 사태 파악이 된 후, 다시 마음 편히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나라 공원의 사슴. 이 놈들이 도망도 안 간단 말이지. 얼굴도 쓰다듬어 보고, 안아도 보고, ㅋㅋㅋ
나라에 도착해, 표지판을 따라 공원 쪽으로 향했다. 일본은 어디를 가나 관광 안내소가 잘 되어 있는 것을 느낀 후, 약도나 안내 책자는 안 갖고 나온 상황이었다. 공원 첫 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편에서 햇살을 받으며 유유히 거닐고 있는 사슴들이 보인다. 어제 수준이가 말한, 사슴들이 정말 많고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차가 와도 도망도 안 갔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조금을 걷자마자 공원 안내도가 나온다. 우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오른쪽 길목으로 들어섰다. 절이 하나 보였고, 큰 탑이 보인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사진을 찍었다. 그 옆에는 아이가 사슴하고 놀고있다. 나도 지나가면서 사슴을 만져보고, 가까이에서 사슴을 한 번 찍어 본다. 그 밑으로 연못이 있고, 화장실이 있어서, 화장실을 갔다, 연못을 돌았다. 그 후 다시 온 곳으로 가려고 했을 때 왼쪽에 관광 안내소가 보인다. 어차피 여러 군데에 표지판과 약도가 그려져 있으니 그냥 갈까 하다, 내가 가는 곳을 지도에 표시하고자,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를 받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내가 영어로 지도를 달라고 부탁을 하자, 뒤에 있다고 하신다. 찾아서 받아들고 나오려고 하는데, 저 뒷쪽에서 한 여학생이 뛰어 나오며, 자기들은 가이드를 해 주는 자원봉사자인데, 공원을 산택하는 경로를 가이드해 주고 싶은데, 그래도 되냐고 묻는다. 나는 좋다고 하고, 2명의 일본 여학생과 영어로 말을 하며 나라 공원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일본 에니메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 후, 그곳의 절이나 사적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 밖의 여러 이야기들, 가령 각 나라의 시험이나 대입, 연애, 사람들의 특성, 각자의 전공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의 일정은 원래 넉넉했기 때문에, 나의 걸음은 좀처럼 빨라지지 않았다. 이것은, 강남역 6번 출구, 지금의 강남 교보에서, 강남역 2번 출구를 나와 조금 가다 보면 있는, 진솔문고까지 걸어가는데 20분이 걸린, 그런 걸음걸이였다. 점심을 그녀들과 같이 먹고, 나의 다음 일정을 얘기했는데, 왜 도시샤 대학으로 가느냐고 물어서, 나는 윤동주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해주고, 그 때문에 간다고 했다. 적당한 시간에 맞추어 나라 공원을 둘러 보았다. 루쓰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었을 때 알게 된, 일본인들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무엇인가를 줄 수도 없고 해서, 음료수를 하나씩 사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녀들은 나라 역까지 같이 와 주었고, 이것으로 오늘의 나라 일정은 끝이 났다.
큰 절은 두 번 불탔었고, 제일 위의 황금색 장식은 물고기의 지느러미라고 한다. 거대한 부처상의 입은 1m라고 한다. 들고 있는 손은 '걱정 말아라', 펴고 있는 손은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들어 주겠다'를 의미한다고 한다. 중간중간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는, 네 방향을 지키는 장군이 있는데, 그 중 둘은 불타고, 둘은 머리만 남아 있다고 한다. 사슴은 신의 전령사라고 한다. shrine은,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믿는 장소이고, 그래서 특별한 상(statue, 불상같은)이 없고, 대신 거울이 있어, 그 안의 너와, 그 모든 것을 중시하라고 한다. 큰 절 앞의 등불은, 그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왕조차 저 절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절의 옆에, 빨간 헝겊에 뒤덮여 있는 부처의 몸을 만지면, 만진 사람의 그 부위에 있는 병이 낳는다는 믿음이 있다고 하나. 1190마리 중 3마리의 사슴이 흰색이라고 한다.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비. 그 위에 정말 꽃이 있었다. 난 그냥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빈말로 씌여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왠지 좀 뭉클했다.
나라 역에서 도시샤 대학으로 출발했다.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책자에 정확히 나와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마루타마치역에서 내렸다. 역에 있는 표지판을 보니, 도시샤 대학은, 그러나, 이마데가와 역과 더 가깝다. 다시 전철을 타고, 이마데가와 역에서 내려 표지판을 보고 따라 나가서 지도를 보니, 또 사거리다. 항상 방향을 반대로 잡고 했던 나이기에 당황해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이들이 계속 나온다. 그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바로 대학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윤동주 시인의 기념비(?)를 찾기 시작한다. 처음에 본 것은, 그냥 학교를 설립한 사람의 것이었다. 할 수 없이 건물 사이사이를 모두 돌기 시작한 10분 정도 후,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적혀 있고, 놀랍게도 관광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데로 꽃이 하나 올려진 기념비를 찾아 내었다. 사진을 찍고, 시를 읽어 보고,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메다 로프트에서 무엇을 살까 하다 너무 피곤해서.
방 열쇠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가 들린다. 얼굴을 보았으나, 확신이 안 선다. 그냥 물어 본다. "혹시, 국사 선생님 아니세요?" 10년 전의 국사 선생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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