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25분 경
지금은 홋카이도 대학 도서관 2층이다. 도서관은
그리 크지 않고,
시설들은 오래되 보인다. reference room에는 문과 쪽의 저널들이 보인다. 이곳도 고대처럼 도서관이 문과와 이과로
구분되어 있는 듯 하다. reading room은 학생증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들어가려다 말았다. 일어라도 할줄
안다면, 한국에서의 다른 여러 대학에서 그랬듯 학생증을 안 갖고 왔다고 하고 들어가 볼텐데, 일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그만
두었다. 지금 있는 곳은, 건물의 복도로, 의자와 책상이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고, 이곳에서 학생들은 신문이나 책을 읽고, 어떤
사람들은 TV앞에서 CNN을 보고 있다.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있는 많은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먹으며 제
할일을 하고 있다 - 지금이 점심시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원래 이곳에서 이렇게 배를(간단히) 채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저녁에 시간이 되면, 이곳에서, 새로운 위키+WEB의 형태를 구성해 보아야 겠다.
17일 수요일 쓴 돈
- 장갑: 750엔
- 목도리: 1050엔
- 위의 두개에 대한 부과세: 87엔
- 엄마 장갑: 504엔
- 핸드폰 줄: 1,260엔
- 커피: 123엔
- 총: 3,774엔(약 30,192원)
오후 8시 26분경
시간 순서를 무시하고, 좀전에 또 홋카이도 대학의 도서관을 갔다. 항상 내가 생각하던 여행의 방식을 따르고자, 그곳에서 새로운 형태의 web space를 구상하려 했는데, 자리에 앉자, 갑자기 학생들의 움직임이 느껴져, 혹시 벌써 문을 닫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저 앞에서 졸고 있는 여학생의 잠을 깨우기 위해, 영어를 할줄 아느냐고 종이에 적은 후 그 학생에게 다가가서 내밀었다. 그 학생은 깜짝 놀라며 종이를 들여다 보고, 전형적인 대답인, "A little."을 말한다. 나는 옆자리에 앉아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다. 이름이 Mizki Narita라는 것과, 20살, 2학년이라는 것 등등. 7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는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낸다. 나는 저녁을 먹었는지 물어보았다. 안 먹었다고 해서, 혹시 약속이 있느냐고 묻자, 있다고 해서,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려던 생각을 접고, 고맙다고 하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캔음료수라도 하나 사주려 했는데, 잔돈이 없어서 밖의 편의점으로 나와 cafe latte를 사서 그 자리에 가 보았는데, 그 학생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 오면서, 좀 전에 산 커피를 먹었다. 호텔로 돌아와 목욕을 하고, 빨래를 대충 했다.
오늘은 늦게까지 잠을 잤다. 대충 7시부터 30~1시간에 한번씩 계속 깬 듯 한데, 이럴 때면 대개 그렇듯, 결국 알람을 11시에 맞추고 그때까지 잤다. 그 사이 수준이는 9시가 조금 넘어 오타루로 출발했다.
11 시에 알람을 듣고, 씻고 준비하니 벌써 11시 30분이 넘었다. 로비로 가서 밥을 먹고, 홋카이도 대학으로 출발했다. 도서관에 들어가서 조금 기웃거리다 밖으로 나와서, 관광 책자에서 본, 은행나무 거리로 갔다. 도중에 생명과학이라는 표지판이 보여서, 지나치지 못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 포스터가 몇 개 걸려 있었는데, 영어가 하나도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림을 보고 관심있는 포스터 몇 장을 사진으로 찍었다. 연구실들을 scanning 하려다 그냥 밖으로 나와서, 지나가고 있던 은행나무 거리를 계속 걸었다. 은행나무가 단 한 개만 있어도 늦가을의 분위기가 제법 운치있어지는 것에 비해, 겨울은 참 쓸쓸하다. 시기가 시기니이만큼, 이곳도 커다란 은행나무 몇 십 그루가 길게 줄지어 서 있지만, 겨울이란 조건 때문에 경치가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아쉬웠다. 만약 내가 가을이나 봄에 왔으면, 홋카이도 대학의 많은 것들이 나를 감상에 젖게 했을 것이다. 이곳에서 주로 보이는 건물의 형태도, 고대에서 자주 보던 그것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넓은 잔디밭(초지)와 어우러진 캠퍼스를 만나는 것에 비해 그 감동이 한층 얇아져 버리고 말았다.
(학교 분위기를 비교한 것은 그냥 넘김)
눈이 많이 오면 눈 무게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끼줄로 이렇게 묶어 놓은 것 같았다.
추운 곳이라 그런지 나무들을 전부 이렇게 해 놓았다.
구 홋카이도 시청. 붉은 벽돌의 서양풍 건물이라 예전에는 꽤 볼거리가 되었었나 보다. 이런 비슷한 건물은 학부 때 여기저기 있었기 때문에 난 별로 감흥을 못 느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홋카이도 대학을 나온 후, 홋카이도 옛날 구청 건물을 찾아갔다.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그럴듯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저런 집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마도 그러면 빨간 벽돌집이라고 불리겠지. 하지만, 역시나, 고대에서 익히 보아오던 건물들과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는, 건축에 대한 나의 조잡한 안목 때문에 나는 그 건물보다는, 나무에 해 놓은 짚단 구조물이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구청 건물을 돌아 밖으로 나가려는데 어디선가 눈발이 날렸다. 머리 위에는 분명 구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눈발이 날려, 혹시 나무에 있는 것이 날리는 것인가 했는데, 이미 그 전에 바람이 세개 불었고 그 때는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 그것도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구름이란, 저 멀리 있는 몇 조각뿐이었는데, 그 멀리서 여기까지는 눈발이 날아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구청을 나와 오도리 공원으로 향했다. 어제 먼저 갔다온 수준이의 말에 의하면, 구청은 지금 공사중이라 시계탑 말고는 딱히 볼 것이 없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한창 공사중이고, 게다가 겨울이라 공원은 말 그대로 공사판에 불과했다. 저 멀리 보이는 시계탑 역시 그저 그렇고 그런 건축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긴 해도, 기념으로 시계탑을 찍은 후, 내일 자전거를 탈 채비를 하기 위해 로프트로 갔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에서 장갑과 목도리가 얼마인지 알 수 없어, 우선 APia에 가서 가격을 보았다. 대략 1,500엔으로 무려 10,000원쯤 했다. 워낙에 추위를 타지 않아서 장갑이나 목도리를 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이 가격이 비싼 것인지 싼 것인지도 분간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Apia는 백화점이니 약간은 비쌀 것이란 생각에 로프트로 향했다.
로프트로 가서, 층별로 무엇을 파나 안내 표지판을 본 후 지하 2층부터 가기로 했다. 문구류 중 moleskin이 큰 것이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도쿄의 loft에는 있었는데 이곳에는 없어서 살 수 없었고, 대신 큰 누나에게 줄, 핸드폰 줄을 눈도장 찍어 놓았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 하면 지금 남아 있는 경비를 생각하면, 하루에 3,000~4,000엔 정도만 써야 하는데, 보통 차비와 밥값으로 2,000엔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래도 누나에게 줄 것을 찍어둔 다음 목도리와 장갑을 사기 위해 지하1층으로 올라갔다. 대략 1,000~1,500엔으로 Apia보다는 저렴했다. 무엇을 살지 정한 후 또 다른 살 것이 있나 찾아보다, 꽃집을 발견했다. 씨앗이 있으면 엄마에게 사다 주려고 찾아 보았는데, 참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식물의 씨앗만이 겨우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조그만 꽃 가게 안을 몇 바퀴 돌다 발견한, 분갈이할 때 끼는 장갑을 샀다. 내가 껴본 후 직원에게 가져가 少자를 적으며 더 작은 것을 달라고 했다. 작을 소자가 小인지 少인지 모르겠는데 직원은 알아듣고 더 작은 장갑을 가져왔다. 엄마 장갑을 사고 내 장갑과 목도리를 사고,누나 핸드폰 줄을 사고 호텔로 들어 왔다.
BBC 를 보고 있는데 수준이가 들어 왔다. 밥을 먹으려고 왔다 해서, 나도 같이 먹었다. 지난번까지는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참치와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는데, 오늘은 내가 옆에 우연히 놓은 고추장을 더 넣어 먹기 시작했다. 역시 진화하고 있다. 물을 끓이는 동안 수준이가 어제 찍은 시계탑 사건을 보았는데 밤에 불이 켜지면 그럴듯해 보여, 밥을 다 먹고 어둑해졌을 때 다시 오도리 공원으로 향했다.
구 구청도 불빛이 비추면 멋있어 보여서 찍으려고 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아직 불이 안 켜져 있어서 그냥 지나가고, 시계탑이 있는 곳을 가니, 낮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달랐고, 그 앞에서 여러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그 중에 한 명이 되어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언제나 생각해 오던, 마치 그 곳의 사람인양 행동하는 여행 방식을 즐기기 위해, 홋카이도 대학 도서관으로 향했다. 마치 이곳에 살며, 그곳으로, 평상시와 같이 공부를 하러 온 학생인양 그곳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 실은 공부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web을 구상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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