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 (1987, 미국, 독일)
여행 도중 남편과 싸우고 홀로 남은 여자와, 남편과 싸우고 남편이 집을 나간 모텔 주인. 두 여자의 만남은, 한 명은 짐을 들고 사막을 홀로 걸으며 난 땀을 닦으며, 다른 한 명은 집나간 남편과 자신의 처지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시작된다. 사막 한 가운데, 버스나 트럭이 잠시 멈추는 모텔 겸 카페에 한 여자가 머물게 되면서 카페에는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잔잔하게 흐르는 영화는 끝까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중간중간 코믹적인 요소도 들어 있어서, 잔잔하게 시간을 보내며 보고 싶을 때 적당한 영화다.
바그다드 카페 자체처럼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친구들과 놀 때도 항상 헤드폰을 낀 채 노래를 듣는 10대 소녀 필리스, 애엄마 없는 갓난 아들을 두고 항상 피아노를 치는 살라모.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자신의 모텔을 운영하면서 억세진 주인공. 이들 사이에 야스민이 소통의 벽을 열어 준다. 더러운 사무실을 청소하는 문슈테트나. 자신의 사무실을 아무런 말도 없이 청소해 놓은 것에 격분하는 브렌다. 야스민에게 버렸던 물건들을 전부 제 자리에 가져다 놓으라고 하지만 이내 곧 그만 두라고 한다. 그리고, 딸이 사무실에 제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놓자, 여기는 손님들을 맞는 사무실이니까 네 쓰레기는 치워, 라고 말하는 브렌다. 금새 야스민이 만든 변화를 받아 들인다. 야스민의 남편 옷가지들을 보며 가까워지는 필리스. 필리스가 야스민과 이야기 할 때 헤드폰을 떼고 얘기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손님이 있을 때는 피아노를 치지 못하게 하자, 살라모는 야스민에게 저 사람 때문에 피아노도 못 친다고 막말을 한다. 하지만 야스민만이 자신의 음악을 들어 주며 연주를 하라고 하자 금새 가까워 진다.
독일인 관광객 야스민의 입맛에 미국인들의 커피는 맹물이다. 반대로 미국인들에게 야스민의 커피는 독약처럼 쓰다. 그래서 그들은 물을 타서 마시고, 야스민은 물이 너무 많다고 한다. 즉, 야스민과 이들은 서로 다른 이방인인 것이다. 야스민의 이름을 문슈테트나라고 알려 줘도 사람들이 발음하기 힘들어 한다. 야스민은, 그래서, 필리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줄 때 문슈테트나 대신 '야스민'이라고 알려 준다.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한 작은 배려.
이처럼 야스민은 모텔의 사람들과 점점 가까워 진다. 그리고, 마술을 보여 주면서 사람들과 가까워 지고, 이를 듣고 마술 쇼를 보기 위해 들르는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다. 너무 화목해지자 매춘부이면서 문신을 새겨 주던 사람은 이곳은 너무 화목해서 떠난다고 한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소통을 못 하는 사람은 결국 이렇게 떠나게 되는 것이다.
모텔에 장기 투숙하는 손님들은 마치 '가족'처럼 여겨진다.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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