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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새가 죽다

by adnoctum 2006. 6. 2.

2006-06-02 21:21

 

   새가 죽었다.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새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 새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오직 하나, 죽었다는 사실 뿐이다. 그 새의 죽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새가 과연 존재할까? 그 새가 그토록 열심히 살았든, 아니면 그럭저럭 살았든 어쨌든 지금은 죽었다. 그렇지만, 내가 단지 그 새의 죽음에 대해서만 생각한다는 것도 사실은 사치일 뿐이다. 바로 지금 누군가의 어머니도, 누군가의 소중했던 딸도, 누군가에게 치열한 고민을 안겨 주었던 연인도 죽었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그들을 모를 뿐이다. 비단 그들 뿐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수많은 존재들이 죽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하다, 그 존재 이외이 모든 존재에게는. 저 새의 죽음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왜가리도 장수하늘소도 칠성무당벌레도 아나콘다도 비단구렁이도 나무늘보도 코알라도 흰긴수염고래도 철갑상어도 앵무조개도, 하여튼 모든 존재가 죽고 있다, 무의미하게.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인데, 죽었다고는 해도, 그렇다고 의미있는 죽음을 맞이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잊혀질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뿐이다, 사실 죽는다는 사실보다 잊혀진다는 사실이 더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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