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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화를 낸다는 것

by adnoctum 2006. 7. 28.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은 참으로 게을러서,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쓴다. 화를 낸 사람도, 화를 나게 한 사람도, 결국은 항상 자신을 합리화하곤 한다. 이건 어쩌면 인간이면 누구나가 그런 것처럼 생각되기까지 한다.


"분노가 그대의 가슴에 퍼져 나갈 때, 어리석은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사포.


   난 화를 거의 안 내다가, 갑자기 별 것 아닌 것에서 화를 내곤 하는 타입이라, 사람들이 다가오기 쉬운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화를 내는 것은, 그간 쌓였던 것을 어느 순간 터트리는 것이다.


   말을 안 하면, 모른다 는 말도 일면 타당해 보인다. 맞다. 몰라서 그런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몰랐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었을까? 왜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는가? 그건, 일종의 예의다, 인간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자기가 하는 말에 화를 내는 것은 농담도 이해못하는 옹졸한 사람이고, 자기를 화나게 하는 농담은 버릇이 없는 것. 참 편리하다. 편의주의는 이렇게 우리의 게으름을 한껏 키워 주는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조금 나은 사람이라보았자, 자신의 잘못을 다양성의 테두리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한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고, 다양성으로 인정해달라는 그 심보는, 참으로 궁색하다.


내가 나를 볼 때도 그렇지만, 우리는 참으로 많은 합리화를 하면서 살아 가고 있다.


  "합리화의 동음이의어, 허튼 소리."-오쇼 라즈니쉬, [베꼽]에서.


   나이가 들고, 배운 게 많아지고,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근거는 점점 더 많아지고, 두뇌는 게을러지고, 그렇게 사람은 나이들면서 닫힌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인가? 아직 모르겠다.    



   감정적으로 흐르는 대화는 항상 숨이 막힌다. 내가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앞으로 갈 수만은 없는 것은 아닌가. 대화를 시작했으면 결론을 내던가 어떤 변화를 꾀해야지, 대화를 시작하기 전의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하여 대화 후에도 결코 그 생각에 변화를 가하지 않을 것이란 기본적인 전제를 하고 있는 사람과는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왜냐 하면, 대화란 상호 작용인데, 그런 사람은 결국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낀 건, 자신은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타인에게는 항상 논리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사람은 어찌하여 자신에게는 그토록 논리적 허술함을 용서하면서 남에게는 그토록 엄격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면 편하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남을 이해하려는 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요즘처럼 눈만 뜨면 볼 거리, 먹을 거리, 놀 거리가 넘쳐 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유흥만을 따라 살아가느라, 자신의 진정한 참모습을 볼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나로선,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깨어 있지 않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자신의 행동이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태도이다, 어린 아이들에게서만 보아야 하는. 하긴, TV나 영화처럼 수동적인 매체에 자신을 길들여버린 사람들이 스스로 무엇인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의견을 가진 사람은 많은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버클리.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람들은 거의 항상 자기 멋대로 남을 판단하며 살아 가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자신이 그렇게 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고, 그러한 무지가 잘못인지조차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역시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또한 하나의 능력인가? 뭐 그렇다고 내가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7-24 만일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마저도 사라진다면, 더이상 살아가야 할 어떤 이유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부분) - 명상록, 아우렐리우스


   여하튼, 어쩔 수 없이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태도, 편의주의적 태도를 본다는 것은 참으로 짜증이 난다. 한두번이야 그럴 수 있게다 치겠지만, 그러한 태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잘못인지조차 인식을 못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나이가 많으니, 그리고 닫혀버렸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도 좀 그렇구... 


   우리는, 나이가 들면 철이 들 거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철이 드는 것을 100 이라 치면, 우리는 시간에 따른 철의 미분값을 항상 양의 값으로 갖고 나이가 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즉, 비뚤어지거나 어리석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그 비뚤어짐과 어리석음이 더 증가하는 것이지...


10-30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위에 분노를 느낄 때에는 즉시 그대 자신에게로 눈을 돌려 보라. 그리고 자신도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라.  - 역시 명상록, 아우렐리우스. 


이제, 나에 대한 합리화를 뜯어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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