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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관련/연구생활

연소되어 본 적 있는가?

by adnoctum 2012. 7. 13.



   너는 연소되어 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자기가 조금만 불타 오르면 연소되었다고 착각한다. - 영화감독 변영주. 


   요 근래에 들은 말 중에 나를 가장 뒤돌아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언제나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추구해 왔고, 얼마 정도는 그렇게 살아 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단지 잠깐 타 올랐던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연소되지 않았던 것이다. 


   연소되는 것과 잠시 불타 오르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가 했던 행동과, 하지 못한 행동을 살펴 보면 그 차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를 하게 되면 물불 안 가리고 하기는 했었다. 단지 그 모습만 보면 나는 본받을만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기준, 성적이라던가 업적, 명예, 부, 자부심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재미있어서, 그것을 하고 싶어서 했던 것들이 많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 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 빠져들어서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겉에서 보면, 스스로 열정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랬다[각주:1].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못 했던 것일까? 나는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 '완성'을 의미하는 끝이 아니라, 그 일에 내 모든 것을 던져서 그것이 내 선에서 어느 정도까지 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지 못했다. 대부분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투자하는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생활의 대부분을 그 일에 쏟았을지언정 그것이 어떤 결과물을,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든 내 스스로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이든, 내놓지 못했었다. 

   약간의 불완전함이 눈에 보이면 거기서 중단해곤 했었다. 거의 본능적으로 상당히 많은 것에 회의적인 것을 생각해 보면 나의 이 모든 회의를 빠져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완전함을 갖고 있는 것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하다 만나는 불완전함은 나를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것에 만족했었다. '난 할만큼 해봤어', 라고 위안하면서. 하지만, 나는 정말로 나의 모든 힘을 쏟아서, 그 불완전함을 조금 더 완전함 쪽으로 밀어 부쳐 보았던 것일까? 없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꼬집어 낼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아직 남아 있는 느낌이다. 그 무엇인가, 좀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나는 잊고 있는 느낌. 앞으로 쭉 생각해 봐야 겠다. 

  1. 솔직해 지자. 겸손따윈 필요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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