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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세상바라보기

품위

by adnoctum 2011. 9. 25.


   엊그제 오랜만에 양들의 침묵을 다시 봤다. 중간에 보면
값비싼 가방에 싸구려 신발.
내겐 촌뜨기처럼 보여.
때 빼고 광은 냈어도 품위가 없어.
영양상태는 좋아 보이지만,
가난한 백인 집안 출신이고,
웨스트버지니아 억양이 자기도 모르게 묻어나.
라는 대사가 나온다. 품위는 돈으로 쳐 바른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도 말했듯이 소유한 것이 경박함을 감출 수는 없다. 세네카도 말했듯이 그들은 단지 자신의 경박을 조금이나마 감추고 싶을 뿐인 것이다. 비싼 물건, 좋은 물건, 명품에 혹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워낙에 잡놈인 나는 그런 것을 갖고 있다고 해도 부럽지도 않으며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 부럽지도 않다. 돼지 발목에 파텍을 채워 놓는다고 누가 돼지를 부러워할까? 내가 볼 때 많은 이들이 종교를 믿는 마음으로 물질을 숭배하고 있으며, 그것이 곧 소유물로 자신을 나타내고자 하는 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니까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부정과 교환한 돈으로 산 물건으로 남들의 부러움을 구걸하는 신세라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함을 찾고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품위가 없다. 왜냐 하면 부정을 저지른 후 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품위는 몸가짐에서도 드러나고 말투에서도 드러난다. 단 한 마디를 해도 품위가 엿보일 수 있다. 나에게 품위란 유연한 고유함과 함께 두루 교양을 갖고 있으며 배려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이이다. 모든 종류의 부정은 품위와 배타적이다. 무식한 사람도 다소 품위를 갖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와 배려의 마음으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없는 이들은 결코 품위를 갖추고 있다 할 수 없다. "사방 백리에 굶는 이가 없도록 하라"를 몸소 실천하는 이라면 필시 평상시의 몸가짐과 말에도 그 흔적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카가 가카가 되심에 삽질과 함께 만든 방송통신위원회가 얼마 전 MBC에서 하는 무한도전이란 방송에 '품위'를 유지하라고 했다 한다. 재미나는 일이다. 온갖 부정과 비리가 만연한 현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자 제일 공들여 만든 방통위가 '품위'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정은 품위와 배타적이다.

아우, 즈질 방송, 품위가 없어요. (나도 MT가서 이거랑 똑같은 사진이 찍혔는데, ㅋㅋㅋ)



이제 일일이 나열하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로 현정권의 비리는 호화찬란.화려만빵, 아! 품위, 화려만발 하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제일 품위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뭐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이번 방통위의 품위 타령은 발가락에 다이아반지 끼고 입국하는 무식한 복부인의 교양 타령만큼이나 우끼는 일이다. 하긴, 관습헌법과 절차상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효력이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법'을 말하는 사회이니 그럴만도 하긴 하지.


   그나저나 무도 김태호 PD 는 그래도 말을 잘 듣는 고분고분한 사람이라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했나 보다.


이렇게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쓰니 말이다. 얼마나 품위가 있는가! 가카가 공정사회를 외치고 보수언론이 정의를 외치고 검찰이 법을 외치는 것만큼이나 말이다.


   잠깐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예능 프로만 매우 많이 해서 국민들을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것과, KBS처럼 개소리를 해서 국민들의 뇌를 썩게 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쁠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가 더 나쁜 것 같다. 예능을 많이 본다고 완전히 무관심하거나 무지해지지는 않을 테지만 KBS와 SBS, YTN을 비롯한 한국의 언론처럼 아예 잘못된 내용과 교묘한 준조작으로 뇌를 썪게 만들면 아예 고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지 말이다. 이것은 현재의 검찰과 비슷하지. 제대로 일을 못 하긴 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검찰과, 매우 일을 잘 하긴 하는데 그 잘하는 일이 권력을 비호하기 위한 것일 때는 차라리 전자가 좋을지도 모를 테니까.


포화된 품위나 좀 다시 봐볼까?


품위있는 공정 언론.


품위있는 회의.


품위있는 사법부의 명판결.



품위있는 노여움.




품위있는 대통령의 공식행사.


영부인의 품위있는 손님 대접.


뭐, 조선일보의 고상한 령부인20촌 타령 정도는 그냥 넘어 가자, 품위가 눈부셔 눈을 뜰 수가 없다.

(ps. 난 무한도전과 1박2일을 1편을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뭐, 일단 TV를 안 보다시피하니까. 그런데 이번 일 때문에 무한도전을 좀 볼까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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