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건물 바로 앞에 얼마 전 던킨 도넛이 들어 왔다. 일설에 의하면 던킨과 크리스피가 입점 경쟁을 했는데, 전자과 였는지 전산과 였는지 하여튼 학과장님이 "크리스피? 그게 뭐야?" 해서 던킨으로 결정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ㅋ. 물론 내가 있는 건물 로비에는 베네가 있기는 한데, 도넛이라는 것 때문에인지 던킨에 사람이 그래도 꽤 많다. 요즘엔 그래서 시간 나면 던킨에서 종종 아이들과 군것질을 하곤 한다. 가끔, 너무 빨리 배가 고파질 때라던가, 밥 먹고 들어 와서 잠깐 쉴 때라던가.
던킨은 외부에도 자리가 있어서, 나는 주로 외부로 나와서 앉아 있곤 한다. 여기 앉아 있으면 마치 학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안에 있으면 더더욱. 얼마 전에는 그래서 내가, "여깄으니까 학교가 아닌 것 같아." 하니,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아이가, "그래? ㅋ, 뒤를 돌아 봐.", ㅎㅎ.
전자과 건물이 좀 오래 된 것이라서 뒤를 돌아 보는 즉시 여긴 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기는 하지, ㅋ.
엊그제는 다른 건물로 쫓겨 날 뻔 했다, ㅎ. 현재 있는 건물에 사람이 많아 져서 자리가 조금 빡빡해 졌는데, 난 실험을 하지 않아서 내가 일순위였던 것. 하지만 여차저차 해서 그냥 남기로 했다, ㅋ. 아마도 요즘 신나게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근2년에 걸쳐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이용해서 요즘 좀 쓸만한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이것으로 실험하는 사람들과 어떤 실험을 해 볼 것인지 계속 얘기하고 있다. 한 명은 이미 실험을 했고, 이제 3팀과는 특정 주제를 선정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해도 되긴 하는데, 어차피 실험 잘 하는 사람들 많으니 나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랩의 거의 모든 사람과 연계되어 여러 일들에 걸치게 되었다, ㅎ.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연구의 형태이다. 물론 전에 하던 일이 이와 비슷하긴 했는데 그 때는 내 연구 주제나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설레이지 않았었고 다소 수동적이긴 했지만 - 그러니까, 난 그냥 분석이 재미있어서 할 뿐 주제는 뭐 그냥 그닥, 이 정도 - 지금은 내가 원하던 주제들이라 매우 재미있다. 그리고, 직접 실험하는 사람들과 이런 식으로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연구 생활의 주요한 형태일 것이기에, 최소한 여기서 이렇게 할 수 없다면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기에 더더욱 사람들과의 일이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
이러한 날들에, 이젠 어린 아이 - 라고 해 보았자 20대 중/후반이네... - 가 많아서 랩 분위기가 다소 명랑해 진 듯, ㅋ. 그래서 이런저런 토론을 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던킨 ㄱㄱㅆ. 20-30분 정도 군것질 하고 들어 오곤 한다. 요즘엔 다소 가을 분위기도 나고, 어쩌면 이제는 한국에서의 이런 생활이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때로는 그냥 흘려 보내는 시간이 아쉬움이나 그리움으로 기억 속에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언젠간 이런 날들을 그리워 하겠지, 하는 생각. 열심히 하자.
- 아, ㅋ, 이 발언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군. 농담이다. 내가 그냥 여기 있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그게 좋으면 그냥 그러라고 흔쾌히 승낙. 랩 분위기가 뭔가 강제하는듯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우 좋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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