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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by adnoctum 2011. 3. 1.


용산참사도, 광주항쟁도, 쌍용차 노조 문제도, 내 일 아니다. 관심 없다.

베로니카를 바라보는 베로니카




   베로니카의 이중 생활(제목 한번 참...). La Double Vie de Veronique (The Double Life of Veronique). 나라면 "또다른 베로니카", 로 제목을 번역했을 것이다. 베로니카는, 보통 명사로 인식되어야 한다. 베로니카는, 바로 너다. 나다. 각 개인의 작고 사소한 행동조차도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도 결국 자신. English Patient를 지지한다. 언뜻 보면 대립될 것 같은 두 영화. 그러나, 두 영화는 결국 같은 곳을 향해 다른 길로 갔다 접점을 형성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갈 뿐이다. 참자아라는 것. 개체화. 그것을 깨면, 모두 하나.

베로니카의 이중 생활 La Double Vie de Veronique (The Double Life of Veronique)
프랑스,노르웨이,핀란드
1991년.

영화 자체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는 두 베로니카가 알 수 없는 '연결'을 느끼고, 한 베로니카가 죽자 다른 베로니카가 알 수 없는 큰 슬픔을 느낀다는 내용. 프랑스 영화가 그렇듯 다소 졸음이 올만큼 잔잔하게 진행된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X-File의 어느 편에서는, 쌍둥이가 서로 떨어진채 살다 만났을 때, 누군가가 그들에게 상대방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냐고 하자, 우린 그냥 알았어요 (We just knew) 라고 대답한다.

   English patient 에서 나는 결국은 '개인'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언뜻 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이 영화와는 대립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English patient 에서도 남자 주인공의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 커다란 결과를 초래했던 것에서 각 개인의 사소한 행동들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감독이 이것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사람인듯 하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내용으로 이 두 영화는 수렴, 접점을 형성한다. 그리고,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한 쪽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슬픔이 되어 끝이 나고, English patient 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던 사람이 만나 결국은 화해를 하며 끝이 난다.

   그리고 이 두 영화에서 '개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개인'의 이득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다, 가 아니라, '국가'라는 허상으로 표현되곤 하는 존재론적 담론에 대립하는 '개인'으로서의 '실존'에 무게를 둔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책으로 남아 있는 몇 백 년 전의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의 글이 우리에게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구루[각주:1]는 사람들의 틀에 박힌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어떠한 도그마(교리)도 없이 에고(자아)를 없애주며, 자유정신을 누릴 수 있는 방법론을 가르친다. - 시사IN 95호.

에반게리온의 제일 마지막 화. 이카리 겐도의 꿈도 곧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것.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제일 마지막. "그것은, 곧, 너다", 그리고 불교의 연기설.

   개체가 자아에 갇혀 있는 한, 타인은 언제나 타인일 뿐이다. 남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서로에게 모두 영향을 주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살아 가고 있는데, 전혀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르는 척 할 수 있을까?



일차 작성 : 2009-08-05 20:13
일차 작성에서 상당히 많이 수정/추가됨.


  1. 아마도 원래는 '정신적 지도자'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요즘에는 한 분야의 대가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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