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으로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개념적'으로 납득을 해보자.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글 중간중간에 나오는 수식은 건너 뛰어도 무방하다.
의 그래프를 생각해 보자.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위 그래프를 y 축을 중심으로 회전을 시킨 후 뒤집으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나온다.
정확히는 깔때기 모양의 그래프일 것이다. 위 그래프 중에 x = 1 부터 무한대까지의 그래프를 생각해 보자. 아마 다음과 비슷할 것이다.
이 도형은 언뜻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을 갖는다. 이 도형의 겉넓이는 무한대가 나오지만, 부피는 정해진 값이 나온다. 대학 1학년 정도의 간단한 이상적분이지만, 겉넓이는 손으로 구하기는 불편하니, 툴을 써서 구하면,
수렴하지 않는다. 즉, 무한대이다. 그런데 부피는
보는 것처럼 Pi 가 나온다. 다시 말해, 만약 이런 도형이 있다면,
표면을 페인트칠하면 무한한 양의 페인트가 필요하지만,
일정한 양만 있으면 그 안을 채울 수는 있다
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문제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코흐 곡선이라고 하는 것에도 나온다. 코흐 곡선은 다음 그림과 같이 만든다.
이 별의 겉넓이는 유한한 값(1.26)이 나오지만, 둘레의 길이는 무한대가 나온다. 즉, 둘레를 따라 선을 그으면 평생 그을 수 없지만, 넓이는 일정한 값이 나온다는 것이다. 프렉탈 도형에는 이런 예가 여럿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제일 처음 깔대기 모양의 상황)를 공대 다니는 친구에게 했을 때 그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렇게 작은 깔대기를 칠할 수 있는 도구는 없잖아?” 역시, 공대생과 이과생의 생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수학을 하는 사람들은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상황을 설정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하며, 추상적으로 갈수록 실생활과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들 같은 경우도 실생활에 쓰이는 예가 있다.
점은 면적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점을 모아 놓아도 수학적으로 면적은 0 이다. 이 사실은 전봇대나 가로등에 광고지를 못 붙이게 하는 데 사용된다.
다시 잘 보면,
표면을 이렇게 만들어 놓아서 점들만이 있게 해 놓았다. 즉, 광고지를 이곳에 붙인다면, 이론적으로 광고지와의 접촉면적이 0 이 되기 때문에 붙일 수 없다. 물론, 현실에서는 저 뾰족한 사각뿔 끝이 완전한 점이 아니기 때문에 면적이 0 은 아니지만, 어쨌든 처음보다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실제로 광고지가 거의 붙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각뿔의 끝을 아주 작게 해서, 실제로 다른 것과의 접촉 면적이 거의 0 이 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동아일보 2003년 10월 15일 기사 잠수함 더 빠르게, 비옷은 젖지않게 - ‘나노 바늘’ 응용사례
초소형 나노 바늘이 표면을 촘촘히 덮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UCLA)
그리고 이런 예는 생물체에도 있다. 길이가 0.002mm인 대장균 안에는 길이가 1.7mm인 염색체가 있다. 또한 사람의 세포 1개에 있는 전체 DNA의 길이는 2m 정도 되고, 사람 몸에 있는 세포는 대략 10의 14승개(100,000,000,000,000)이므로, 사람 몸 안에 있는 전체 DNA의 길이는 2x10의 11승(200,000,000,000)km정도 된다. 이것은 지구를 5백만 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이며, 지구에서 태양을 1300번 정도 갔다 올 수 있는 길이이다. 바로 우리 몸 안에 그 길이의 염색체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다시 말해, 어떻게 우리 몸속에 그렇게 “긴” 것이 들어 있을 수 있을까? 언뜻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수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넓이는 2차원이기 때문에 아무리 넓어도 부피는 0 이다. 즉, 부피를 계산하려면 “높이”가 있어야 하는데, 넓이 개념에 높이는 항상 0 이기 때문에 면적의 부피는 0일수밖에 없다. 따라서 깔대기 모양의 도형의 표면을 칠하는데 필요한 페인트의 양은, 역설적으로 0 이다. 왜냐 하면, 아무리 넓어도, 결국 그 페인트칠의 두께가 0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얇게 페인트를 칠한다 해도, 그 두께가 0 은 아니다. 두께가 0이라면 페인트를 칠한 것인가? 게다가 넓이가 무한이기 때문에, 필요한 페인트의 양은 무한대가 될 수밖에 없다. 즉, 표면을 칠하는데 필요한 페인트의 양은, 이론적으로는 0 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 문제는 조금 달리, 즉 유한한 부피를 갖는 물체 속에 무한한 넓이가 존재하느냐로 물어 볼 수 있다. 그렇다. 차원을 낮추어서, 유한한 넓이 속에 무한한 길이가 존재하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렇다. “선”이라는 것은 “두께”를 갖지 않는다. 따라서 두께가 없는 펜으로는 아무리 선을 그어도 1cm x 1cm 되는 사각형을 다 칠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두께가 0인 종이를 아무리 쌓아 놓아도 부피를 갖는 도형을 만들 수 없다. 겉넓이가 무한으로 발산해도 부피는 항상 0 인 것이다.
이것은 실생활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똑같은 1m라 해도, 신발끝 1m와 실 1m의 부피는 매우 다르다. 같은 논리로, 같은 1m라 해도 실과 염색체의 부피는 매우 다르다. 따라서 “1차원적 속성만을 갖는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늘다면, 그것은 아무리 길어도 1차원적 속성만 갖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넓이나 부피가 거의 0 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 안에 지구에서 태양을 1300번이나 갔다 올 수 있는 길이의 염색체가 들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염색체(좀 더 정확히는 DNA 이중 나선)는 굵기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가늘기 때문이다.
깔대기 모양의 문제는 2차원과 3차원의 문제였으며, 나노 표면 잠수함은 2차원과 1차원의 문제였으며, DNA의 문제는 3차원과 1차원의 문제였다.
- 끝.
이 글의 최초 원본은 2004-12-11 11:29 에 작성되었다. 저 위 전봇대 사진은 내 동기가 찍어 준 사진이다, ㅋ. 그런데 이 글이 있던 블로그를 폭파시킨 후 스프링노트에 백업해 놓았는데 얼마 전 스프링노트가 없어져서 이 곳에 다시 글을 쓴다, 아주 약간의 수정만을 한 채. 스프링노트 백업 받은 것에 그림이 없어서 구글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가져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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