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항상 마음보다 빠르다. 나는, 없으면 없는대로 산다. 내가 소유한 그 무엇이 나의 가치를 남에게서 발견하는 것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러한 '의존적 자존감'을 지양하기도 하려니와, 물질에 부여된 나의 가치를 거부하기에, 없으면 없는대로 산다.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한다. 정말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사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낭비처럼 보일지라도 산다. 그것이다. 10만원을 주고 사는 책은 아깝지 않지만 1만원을 주고 사먹는 커피는 아깝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밥 한 끼 식사로 10만원을 쓰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600원 하는 수수료는 아깝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해서 영업시간에 돈을 찾으려 한다. 물론, 옆자리 사람에게 잠깐동안 몇 만 원을 꿔서 내일까지 지낸다. 또한, 문화적인 것들 역시 "꼭 필요한 것"에 속한다. 차를 살 수 있었겠지만(내가 번 돈 만으로도) 사지 않는 이유도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있으면 매우 편하겠지.
많은 것이 그렇다. 내가 필요로 하는 많은 것들 중, 내 삶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단지, "있었으면 좋을텐데", 하는 것들이다. 그러한 편리가 욕망을 만들어 내고, 그것은 곧 마음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물론,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것을 지향할 수는 있다. 그래서, 없으면 없는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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