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냥_생각

글에서 무언가를 얻는 방법

by adnoctum 2014. 2. 23.




   글 하나가 그 자체로 완벽할 수 없음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글에서 보이는 몇 가지 구조적 미흡함을 이유로 글 전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리석은 행동이다. 어느 글, 어느 이야기 하나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문자로 형상화된 형식 및 그 내용의 고정적 형태가 아니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내용, 특히 그 중 우리가 나 자신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즉, 그러한 것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게으름의 달콤한 유혹 혹은 타성에 젖어 그것을 게을리 한 채 단순히 이미 고정되어 버린 글 내용 그 자체만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이야기, 혹은 이 글에서 나는 이런 점은 인정하고 이런 점은 반대한다, 라고 해도 좋다. 어차피 모두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모두의 상황은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깨달음이 누군가에겐 별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원래 상황과 처지가 다르면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다가 오게끔 되어 있다. 여기에 취향과 성격도 더해져, 같은 이야기는 결코 서로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의미와 중요함을 갖고 다가가지 않는다. 생각해 보자, 내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의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혹은, 내가 이 글에서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낄까? 그럴 수 없다. 확장하면, 그 어떤 글도 모두에게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없으므로, 글을 읽는 입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은 그 글 내용으로부터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을 취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뿐이다. 대부분이 나에겐 별 의미가 없는 글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결코 그 글이 모두에게 의미 없는 글이라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글 자체에 대하여 뭐라 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인 것이다. 


   조금 더 진행시켜 보자면, 어느 글에서 말하는 핵심은 원래 상황과 처지가 다른 사람들에겐 그 상황과 처지에 맞게끔 변용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처지에 있는 이가 깨달은 사실을 "내" 상황에는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이것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고민이 없게 되면 우선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나한텐 안 맞다고 생각한다. 원래 그렇다. 원래 그 어떤 글을 읽어도 나에게 꼭 맞는 글, 내 상황에 꼭 맞는 글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글 내용에 숨어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어 나의 상황과 처지에 맞게끔 변경시킨 후 그것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깨닫는 것일 뿐이다. 글 그 자체, 그리고 이미 문자화되어 고정되어버린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폭로일 뿐이다. 




'그냥_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생각  (0) 2014.03.02
하지만, 정말 그럴까?  (0) 2014.02.25
양심에 대한 감수성  (0) 2013.12.18
질문의 방향  (1) 2013.11.02
선택과 결정의 전과 후  (2) 201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