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이 가장 인상적이다. 나머지 것들도 좋지만...
3-14 더이상 위험한 방황을 계속하지 말라. 왜냐 하면 그대는 이제 그대 자신의 비망록이나 고대 로마, 그리스의 이름 높은 사람들의 행적이나 그대가 노후에 읽으려고 따로 간직해 둔 훌륭한 책들을 읽을 여가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익하고 나태한 희망을 버리고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아직 그럴 능력이 남아 있을 때 그대 자신을 위해 그대 눈앞에 놓인 일들을 서둘러 마무리짓도록 하라.
4-18 이웃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 하지 말고, 다만 자신이 행하는 바가 올바르고 순수한 것에만 신경쓰고 애쓰는 사람은 실제로 수많은 걱정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다. 저 아가톤이 말했듯이 타인의 퇴폐한 도덕성에 눈을 돌리지 말고 옆으로 어긋나거나 탈선함이 없이 곧장 앞으로 달려가도록 하라.
4-37 그대는 곧 죽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대는 아직 단순해지지 못했고, 번뇌로부터 해탈하지도 못했으며, 외부로부터 상처를 받지나 않나 하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도 못했으며 또한 올바른 행동을 위해서만 지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4-38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것, 현명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주는 것이 무엇이며, 또한 그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꺼리는지 잘 관찰해 보라.
4-48 끊임없이 마음 속에 기억해 두라.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병자에 대해 눈살을 지푸렸으나 결국 그들도 죽어 버렸는가 하는 것을. 얼마나 많은 점성술가들이 자신을 갖고 남의 죽음을 예언했으나 결국 그들도 죽어갔으며, 얼마나 많은 철학자들이 죽음과 불멸에 대한 해답을 끌어내느라 진력을 다해 논쟁을 했으나 결국 그들도 무의미하게 죽어 버렸으며,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그 숱한 사람들을 죽인 후 자기들 역시 죽었고, 얼마나 많은 폭군들이 마치 불멸의 인간이기라도 한 것처럼 전율할 정도로 잔인 무도하게 생사의 권력을 뒤흔들더니 결국 죽어버렸으며, 또 얼마나 많은 도시가 이를테면 헬리케, 폼페이, 헤르쿨라네움 등 그 밖에 무수한 대도시들이 멸망해 버렸는지를.
그리고 또 그대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묻어준 후, 그 사람 역시 사체가 되고, 또다른 사람이 그를 묻어 준다. 이 모두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결국 사람의 일이란 얼마나 덧없고 무상하며, 어제는 조그마한 점액이었던 것이 내일은 미이라가 되고, 혹은 재가 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라.
그러므로 이 작은 시간을 자연에 순응하여 통과하고, 저 무화과 열매가 성숙하면 자기를 낳아 준 자연을 축복하고 자기를 성장시킨 나무에 감사하며 떨어지듯 그대 역시 만족스럽게 그대의 여행을 끝내도록 하라.
4-50 삶에 완강히 집착하는 사람들을 관찰한다는 것은 좀 비속한 일이지만, 죽음을 경멸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그들이 그래봐야 보다 일찍 죽은 사람들보다 무엇을 더 많이 얻었겠는가? 결국 그들도 어딘가의 무덤 속에 눕게 될 것이다. 카디시아누스, 파비우스, 레피두스, 율리아누스 그리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을 메고 나가 땅에 묻었던 사람들 역시 죽었다. 결국 삶과 죽음의 기간은 짧은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충돌을 거치고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가지며, 또 얼마나 빈약한 육체를 갖고 천신만고 끝에 이 기간을 통과해 가는지 생각해 보라. 그러니 이 생에 가치를 주지 마라. 그대의 뒤에 있는 무한의 시간과 그대의 앞에 있는 무극의 시간을 주시하라. 이 무한계 속에서 3일을 사는 것과 3대를 사는 기간에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6-2 그대가 그대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 그대가 춥거나 덥거나, 수면 부족을 느끼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했거나, 혹은 악담을 듣거나 칭찬을 듣거나, 그리고 죽음에 당면해 있을지라도 그 밖에 어떤 일을 당하거나 행동하고 있을지라도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왜냐 하면 우리들의 죽음 또한 삶의 한 행위이기 때문이며, 의무를 수행하듯 죽음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죽어가고 있을 때조차도 그대는 지금 행하고 있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6-6 복수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해자인 상대방과 같아 지지 않는 것이다.
6-10 우주는 혼탁하고 만물이 제멋대로 교착 산란되어 있는 것인가, 혹은 통일과 질서와 섭리의 체계인가. 만약 우주가 전자의 것이라면, 나는 무엇 때문에 그 같은 만물의 맹목적 결합과 무질서 속에서 구차하게 머물려고 하는가? 그리고 왜 나는 결국 흙으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는 사실 외에 더 신경을 쓰려 하는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려 하건 어떻게 하건 마침내는 본질적인 원소로 산해될 것이 필연임에도 어찌하여 마음을 괴롭히는가? 그러나 만일 후자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나는 우주의 지배자인 이성을 존중하고 안심하여 꿋꿋하게 그의 힘을 믿을 것이다.
6-21 만을 누구라도 나의 생각이나 행동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내게 납득시키고 확신시킬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런 태도를 바꿀 것이다. 왜냐 하면 내가 탐구하는 것은 진리이며, 진리로 인해 해를 입은 사람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의 오류와 무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해를 입을 것이다.
6-22 나는 내가 해야 할 내 의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다른 사물들 때문에 마음을 괴롭히지는 않는다. 왜냐 하면, 그런 것들은 생명이 없는 것들이거나, 이성이 없는 것들이거나, 아니면 자기들의 길도 모르고 막연히 방황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6-51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타인이 이룩한 바를 자신의 미덕으로 간주하며, 쾌락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감각을 미덕으로 생각하지만, 이성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미덕으로 삼는다.
7-2 우리들의 원칙, 관념은 그것에 대응하는 인상(사상)이 소멸하지 않는 한 사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사상을 부채질하여 끊임없이 불타오르게 하는 능력은 그대 안에 있다. 나는 내가 지니지 않으면 안 될 관념을 모든 사물에 대해서도 지닐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며 괴로워하는가. 내 마음 밖에 있는 사물은 조금도 내 마음에 관계를 갖지 않는다. 그대의 정신 상태를 스스로 시험해 보라. - 그렇게 하면 그대는 똑바로 일어설 수가 있을 것이다. 그대는 삶을 새롭게 할 힘을 갖고 있다. 그대는 지금까지 그대가 보아 온 그대로 사물을 다시금 보도록 하라. 그대 삶을 새롭게 하는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7-12 그대, 똑바로 바르게 서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남의 힘을 빌게 되리라.
7-21 그대는 머지 않아 모든 것을 망각할 것이며, 머지 않아 모든 사람이 그대를 망각할 것이다.
7-24 만일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마저도 사라진다면, 더이상 살아가야 할 어떤 이유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부분)
7-26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가 선과 악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갖고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왜냐 하면 그대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를 불쌍히 여기게 되고, 놀라거나 분노하는 마음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사람이 행한 것과 똑같은 일을 그대가 행해 놓고 그것을 스스로 선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잘못된 개념을 그대가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용서하는 것이 그대의 의무이다. 그러나 만일 그대가 그 같은 사물에 대해 선이나 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대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훨씬 기꺼이 잘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7-43 타인의 비탄 속에 휩쓸리지 말고, 격한 감정에도 휘말리지 말라.
7-56 그대는 이미 죽었으며, 그대의 인생도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지금부터 주어진 나머지 기간을 덤으로 생각하고 본성에 따라 살아가도록 하라.
7-62 그대가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이 어떤 이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라. 그렇게 하면 그대는 잘못해서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책하지 않게 될 것이며, 또한 그들의 욕구와 관념의 원천을 보게 되면, 그들의 찬사는 원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7-65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행동을 할 때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그런 태도를 그들에 대해 취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7-67 행복한 삶에 필요한 요소가 매우 적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라. (부분)
7-70 영원히 불멸하는 신들은,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인류, 더욱이 많은 악인들을 오랜 세월 동안 참고 견디며 관대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분노하는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또 모든 방법으로 인간을 애호한다. 그러나 너무나 빨리 삶을 끝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그대는 악인들을 보고 참는데 짜증을 내고, 그대 자신도 악인의 한 사람이면서 악인을 과대히 대하지 않고 있지는 않는가?
8-1 그대의 전 생애를, 아니 적어도 그대의 청년 시대부터의 생애를 철학자답게 보낸다는 것이 이미 어렵게 되었고, 많은 다른 사람들은 물론 그대 자신조차도 철학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헛된 명예욕을 몰아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대는 이미 속세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철학자라는 명성을 쉽게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대의 삶의 계획 역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만일 그대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진실로 터득했다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대가 어떤 인간으로 보일까 하는 걱정을 떨쳐 버리고, 그대의 본성이 이끄는 그런 삶을 죽을 때까지 살아간다는 데 대해 만족하라. 그리고 그대의 본성이 의지하는 바에 따라 다른 무엇에도 미혹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그대는 이미 어디에서도 - 삼단논법이나 부유함이나 명성이나 기쁨이나 그 밖의 어디에서도 행복을 찾는 일없이 방황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본성이 요구하는 사물을 행하는 속에 있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그것을 행할 수 있을까? 만약 인간이 감정과 행위의 원천인 원칙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다. 그러면 그 원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선악에 관련된 것, 적어도 인간에 있어서 선이라고 하는 것은 무릇 그에게 정의와 절제와 강직과 자유를 주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는 신념, 또 이상과 같은 사실에 반대되는 것을 행하는 자는 모두 악이라고 하는 신념, 이것이 즉 그 근본 의미인 것이다.
8-13 가능하다면 모든 관념이 생길 때마다 그것의 본질적인 특성과, 그것이 자아에 미치는 영향과, 논리적 분석에 대한 그것의 반응을 알아내는 버릇을 갖도록 하라.
8-14 그대가 누구를 만나게 되건 그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라. 이 사람은 선과 악에 대하여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만일 쾌락과 고통과 그것들을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해서, 또는 명성과 굴욕에 대해서, 또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가 믿고 있는 바가 그 어떤 특별한 한 가지 유형을 이룬다면, 나는 나의 행동이 그의 신념과 일치한다고 해서 놀라거나 이상히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그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납득할 것이다.
8-16 그대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사람을 따르고 그대의 견해를 바꾼다는 것은, 그대의 오류를 고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유라는 것을 기억하라. 왜냐 하면 그대 자신의 운동과 판단에 따라, 그리고 실제로 그대의 이성에 따라 행해진 활동은 그대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8-21 육신을 뒤집어 놓고, 그것이 무엇인지 살펴 보라. 그리고 그것이 늙었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 살펴 보라. 병들었을 때는.
찬사를 늘어 놓는 자와 그 찬사를 듣는 자도, 그리고 기억하는 자와 기억되는 자도 잠깐의 세월을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이 모두가 세계의 한 모퉁이에서 이루어지며, 이런 한구석에서조차 모두가 견해를 같이 하지 못한다. 아니, 자기 자신과도 하나가 되지 못하나. 그리고 지구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8-26 인간에게 있어서는 인간다운 본래의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만족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본래의 일이란, 자기와 같은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고, 감각의 작용들을 경멸하고, 그럴 듯한 피상적 인상과 참된 현실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고, 우주의 본질과 그 안에서 생기는 현상들의 본질을 관찰하는 것이다.
8-33 오만을 부리지 말고 부유나 영화를 받아들여라. 그리고 언제라도 그것을 떠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갖추라.
8-36 그대의 생 전체를 생각하느라고 마음을 혼란시키지 말라. 그대의 마음이 그대에게 한번은 닥칠지도 모를 갖가지 걱정들을 한꺼번에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그리고 모든 경우에 그대 자신에게 물어 보라 - 이 상황에서 견딜 수 없고 참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 그대는 스스로 고백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다음엔 미래도 과거도 아닌 오직 현재만이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나 만일 그대가 엄격히 그것을 제한시킨다면, 그것은 아주 작은 것이 될 수 있다. . 그것마저도 그대가 참아 내지 못한다면 그대의 마음을 책하도록 하라.
8-40 그대에게 고통을 준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한 그대의 관념을 제거해 버린다면, 그대는 완전한 평온 속에 있게 될 것이다. - 이 자아란 대체 누구인가? - 이성이다. - 그러나 난 이성이 아니다. - 그렇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성이 그 자체를 스스로 괴롭히지 말게 하라. 그러나 만일 그대의 다른 부분이 고통을 겪는다면, 그 부분으로 하여금 스스로 관념을 갖게 하라.
8-47 그대가 만일 어떤 외적인 것에 의해 고통을 받는다면, 그대를 괴롭히는 것은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그대 자신의 판단이다. 그리고 지금 그대는 그 판단을 몰아낼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만일 그대의 품성에서 혹 무엇이 그대에게 고통을 준다면, 그대의 관념을 바로 잡는데 있어 무엇이 그대를 가로막겠는가? 그리고 그대가 그대 자신에게 올바르게 여겨지는 어떤 특정한 일을 하지 않고 있음으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면, 왜 그대는 불평을 늘어놓는 대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인가? - 그러나 어떤 감당할 수 없는 장애가 가로막고 있다고? - 그렇다면 슬퍼하지 말라.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이 그대로 인한 것이 아니니까. - 그러나 그것이 행해지지 않으면 살 가치가 없다. - 그렇다면 할 일을 다하고 죽는 사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이 삶을 떠나라. 그리고 그대의 장애물들에 대해서도 기꺼운 마음을 갖고 떠나라.
8-51 행동이 게을러서도 안 되고, 대화가 요령 부득이어도 안 되며, 생각이 갈팡질팡해서도 단 된다. 영혼 속에 내적 갈등이나 외적 분출이 있어서도 안되며, 여유를 가질 수 없을 만큼 삶이 분주해서도 안 된다.
사람들이 그대를 죽여 갈기갈기 찢고 그대를 저주한다고 가정해 보라. 그렇다면 그런 것들이 순결하고 현명하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머물려 하는 그대의 영혼을 방해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투명하고 맑은 샘물 가에서 샘물을 저주한다 해도 샘물은 결코 물을 솟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진흙이나 더러운 것을 던져 넣는다 해도 샘물은 재빨리 그것들을 흩어서 밖으로 씻어내, 다시 맑은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해야 단순한 우물이 아닌 이 영원한 샘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인가? 끊임없이 그대 자신을 만족과 단순성과 겸손으로 결합된 자유와 함께 있게 하라.
9-5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 뿐 아니라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 역시 종종 부당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9-12 열심히 자기가 원해서 일하라. 희생을 당하는 듯 비참한 마음으로 일하지도 말고, 조금이라도 동정이나 찬사를 얻을 생각으로 일을 해서도 안 된다. 오직 한 가지만을 추구해야 할 것이니 - 그대가 행동을 하고 안 하는 것이 사회적 이성이 명령하는 바에 따르기만을 원하라.
9-13 오늘 나는 온갖 번뇌에서 벗어났다. 아니 온갖 번뇌를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고 해야 하리라. 그 모든 번뇌는 외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 즉 내 생각 속에 있었던 것이다.
9-32 그대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많은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 그것들은 전적으로 그대의 사념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이성으로서 우주 전체를 파악하고, 시간의 영원성을 생각하고, 온갖 것들이 저마다 겪는 신속한 변화를 주시하고,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짧으며 태어나기 전의 시간과 죽은 다음의 시간이 얼마나 무한한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비로소 충분한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될 것이다.
9-33 그대의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 본 사람들 역시 곧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오래 장수한 사람과 요절한 사람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단 말인가.
10-9 무대 연극과 전쟁, 흥분, 나태와 노예적 비굴함이 그대의 거룩한 원칙들을 날마다 갉아 먹는다. 본질을 탐구하지 않고, 그대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상상하고 있는가? 또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대는 게을리하고 있는가? 그대는 제각기 사물을 관찰하여야 하며, 어느 상황이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한편 사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고, 또한 상관된 모든 세부적인 사항에 숙달된 사람의 자신감을 과시하지는 않더라도 그렇다고 구태여 숨기지도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그런 방법으로 모든 행동을 수행하라. 그대는 참된 순수성과 존엄성이라는 행복을 손에 넣지 않으려 하는가? 모든 사물의 가장 내적인 존재와 그것이 세계 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자연 안에서 존재하는 모습들과 그 구성의 구조와, 그것이 누구의 소유이며 그것을 마련하거나 없애 버리는 힘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이해력을 결코 얻고 싶지 않은가?
10-16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어떠해야 하는지 더이상 논하지 말라. 다만 그런 인간이 되도록 하라.
10-30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위에 분노를 느낄 때에는 즉시 그대 자신에게로 눈을 돌려 보라. 그리고 자신도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라.
10-34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그대는 영면할 것이고, 그대를 무덤으로 운반해 간 사람들 역시 마침내 다른 사람들의 슬픔의 대상이 될 것이다. (부분)
10-36 우리들 자신의 경우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며, 그럴 만한 이유가 우리들 자신에게는 얼마나 많은가. (부분)
10-37 다른 사람들의 행위 하나하나에 대해, '이 행동은 어떤 원칙 아래 비롯된 것인가?' 하고 그대 자신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갖도록 하라. 물론 먼저 그대 자신의 행위에 대해 그 원칙을 물어보는 일로부터 시작하라.
11-3 어느 순간이 되면 육체에서 분리되어 소멸하거나 흩어지거나 계속해서 존재하거나 간에 기꺼이 그 상황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는 인간은 얼마나 행복한가. 하지만 그렇게 준비된 상태는 기독교인들의 경우에서처럼 단순히 완고한 불복종으로부터 야기된 결정일 것이다. 신중한 고려를 거쳐서,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설득력이 있기 위해서는 아무런 비극적인 과장이 없이 스스로 도달한 결정의 산물이어야 한다.
11-9 올바른 이성을 따라 앞으로 가고자 할 때 그대의 길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대의 올바른 행동으로부터 그대를 몰아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들에 대한 관용 때문에 그들이 그대를 갈라놓도록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판단과 행동이라는 문제에 있어서뿐 아니라 그대를 방해하거나 어떤 다른 방법으로 괴롭히려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용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경계해야 한다.
그대가 해야 할 행동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두려움 때문에 굴복하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화를 내는 것 역시 나약함이다. 두려움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과 본성에 있어 친구이거나,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사람은 둘 다 그들의 임무를 저버리는 자들이다.
11-18 그대가 누군가로 인해 불쾌해졌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하라. 첫째, 이 사람과 나는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존재한다. 또 다른 면에서 고찰해 보면 소 떼를 이끄는 숫소나 양 떼를 이끄는 숫양이나 다름없이 나는 그들의 위에 군림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첫번째 원칙에 의거해서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보라. - 모든 것들이 단순한 원자의 집합이 아니라면 그것은 만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본질이다. 그리고 만일 그것이 진실이라면 모든 열등한 것들은 우월한 것들을 위해서 존재하며 따라서 서로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둘째, 식탁이나 잠자리에서, 그리고 그 밖의 경우에도 그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상상해 보라. 특히 관념에 있어서 그들이 어떤 영향력의 자비 아래 놓여 있는지 생각해 보라. 그들의 행위에 대해 그들이 어떤 자부심을 느끼며 행동하는지 생각해 보라.
셋째, 만일 상대의 행동이 정당하다면 이편에서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리라. 그들의 행동이 정당하지 못하다 해도 그들이 고의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제대로 알지 못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하라. 모든 인간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진지를 빼앗겼듯이 누구라도 타인에게 원만하게 행동하는 능력을 뜻하지 않게 상실하기도 한다. 부당하다거나, 배은망덕하다거나, 욕심스럽다거나, 다시 말해 누구라도 잘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고통을 받기 마련이다.
넷째, 그대도 역시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라는 점을 생각하라. 그대가 어떤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거나 명예를 생각해서, 아니면 이와 비슷한 다른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대 역시 언제나 오류를 범할 여지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많은 일들은 환경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들이 정말 잘못을 저질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요컨대 인간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많은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여섯째, 굉장히 화가 났거나 상심해 있을 때는, 인간의 삶은 일순일 뿐이며 머지 않아 모든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리라는 점을 생각하라.
일곱째,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이 아니다. 그러한 행동은 인간의 이성에 그 근거를 갖고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이다. 이 점을 명심하라. 그들의 행위는 그들을 지배하는 이성이 관여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위에 대한 그대의 그러한 생각과 그들의 행위가 악이라는 그대의 판단을 없애라. 그대의 분노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한 생각과 판단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그것은 그대가 그들의 행위에 의해 전혀 더럽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함으로써 가능하다. 만일 수치가 포함되어 있는 행위가 악이 아니라면 그대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을 것이며, 강도나 극악무도한 자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덟째, 우리를 분노케하고 괴롭히는 그들의 행동 그 자체보다는 그런 행위들로 인해 일어난 분노와 짜증이 우리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가져다 준다. 그 점을 생각하라.
아홉째, 그것이 위선이 아닌 순수한 것일 때, 선의는 무엇보다도 강하다. 아무리 난폭한 자라도 그대가 언제나 친절하게 대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부드러운 태도로 충고해 주고, 그가 그대를 해치고자 할 때에는 침착한 태도로, '친구여, 우리는 그런 짓을 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너의 그러한 행위로 상처를 입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이다'라고 타일러 그의 생각을 돌릴 수 있다면 - 그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집단 생활을 하도록 태어난 어떤 동물도, 꿀벌들조차도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중한 태도로 깨우쳐 주어라. 냉소적인 태도나 비난하는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원망이 없는 다정한 태도로 일깨워야 한다. 훈계하는 태도도 곤란하다.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 목적으로 그렇게 해서는 더욱 안 된다. 설령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 아홉 가지 교훈을 마치 뮤즈의 아홉 여신들로부터 받은 선물처럼 마음에 간직하라.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인간답게 되고자 노력하라. 사람들에 대해 분노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아첨 역시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둘 다 반사회적인 행위이며, 재앙을 가져온다. 화가 난다고 해서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남자다운 일이 아니다. 부드럽고 평온한 감정을 지니는 것이 더 인간답고 더 남자답다. 강함과 용기와 남자다움을 입증한 자는 화를 내거나 불만을 품고 있는 자가 아니라 온화한 자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 성품이 침착할수록 그는 그만큼 강한 자인 것이다. 슬픔이 연약함의 표시인 것처럼 화를 내는 것 또한 연약함의 표시이다. 슬퍼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상처를 입었음을, 그리하여 그 상처에 무릎을 꿇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만일 그럴 용의가 있다면 뮤즈의 지도자인 아폴로에게서 열 번째의 이 선물을 받아들이라 - 나쁜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셈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용납하면서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독선적이고 비이성적인 태도이다.
12-4 누구나 자기 자신을 어느 누구보다 더 사랑한다. 그런데 왜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데는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생각을 더 중히 여기는가? 나는 가끔 이 점이 의심스럽다.
만일 어떤 신이나 현명한 스승이 나타나서, 마음 속에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밖으로 나타낼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도 계획하지도 말라고 명령한다면, 그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존중하는 것이다.
12-5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그대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신해도 된다.(부분)
12-17 옳은 일이 아니면 행동으로 옮기지 말고, 진실이 아니면 말로 옮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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