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려고 했던,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을 지나쳐서, 경찰에게 물어본 후 다시 길을 건너, 포카리스웨트를 하나 사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갔다. 한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일. 지금 산 이 포카리스웨트는 내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산 물건이다. 말이 안 통해서 고생을 하면 어쩌나 하는, 그리고 원인 모를 약간의 불안함은 너무도 쉽게 없어졌다. 계산을 할 때, 숫자를 보고 몇 백 엔을 내고 간단히 헤어지는 것. 점원 혼자 뭐라고 계속 떠들고 나는 아무런 말을 안한다(할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웬지 모를 두려움이 있었던 것은 너무도 쉽게 해결이 되어버렸다.
Time Square를 일부러 지나쳤기 때문에, 다시 그곳이 보이자, 헤메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조금 내려가자 바로 서점이 나왔다. 서점으로 들어가서 원서가 있는 7층으로 가서 제일 먼저 과학쪽으로 가 보았는데, 책이 너무 없어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칸트의 실천이성비판과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살까 하다, 러셀 책은 계속 갖고 다니다 결국 사지 않았다. Azar의 영문법 책이 3가지가 있어서, 앉아서 좀 읽다 잠깐 졸았다. 잠에서 깨서, 결국 러셀 책을 다시 꼽아 놓고 다른 쪽을 보다 오리가미 책을 발견했다. 조카들을 주려고 두 권을 샀다. 서점을 나와 다시 Time Square 광장으로 돌아가서 서점쪽으로 갔다. 그곳은 의외로 원서가 많아서 생물정보학과 Systems Biology 책에서 reference로 쓸만한 몇 페이지를 찍었다.
밖으로 나와 일본 회사원인듯한 몇 명이 있는 공터에서, 옆에 앉아 담배를 하나 피우고 전철역으로 갔다. 그런데 공교롭게 JR이어서 1일 승차권을 쓸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승차권을 다시 구입해서 요요기에서 시부야까지 갔다. 그곳에서도 역시 조금 헤메다 로프트 문구점을 찾아 들어갔다. 1층이 gift여서 기념품을 생각했는데, 그곳이 아니고 말 그대로 목걸이나 반지같은 선물이었다. 6층까지 층별로 주방용품, 가구 등이 있어서, 난 그냥 나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하에 문구점이 있어서 그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것도 사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계산하다 실수를 하면 어쩌나(게다가 사람도 매우 많아서) 하는 걱정도 조금 되었고, 딱히 끌리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로프트를 나와서, 수준이와 만나기로 한 요시다 성당으로 갈까 말까 망설였다. 도쿄 도청에서부터 느껴지기 시작한, 오른쪽 발 뒷꿈치의 통증 때문이엇다. 어차피 7시부터 7시 30분까지 기다려서 안 오면 그냥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 간다로 출발했다.
얼마 후 수준이가 와서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밑으로 내려 갔다. 어디에서 먹을까 찾는데, 저 앞에 커다란 소 모양의 네온사인이 보인다. 내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아는 수준이는 저기로 갈 것인지 묻는다. 어차피 먹는 것은 다 먹을 수 있고, 딱히 고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자고 하고 그 음식점 앞으로 갔다. 그런데 사람이 꽤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 어차피 시간도 좀 늦고 했으니 그냥 거기서 기다린 후 먹고 가기로 한다. 3층으로 올라가자 몇 명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자리가 없어서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 와서 앉아 기다린다. 잠깐 앞으로 가서, 진열되어 있는 음식 중 우리가 먹을 것을 디카로 찍었다. 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우리 차례가 되었고, 우리는 자리를 안내받아 앉은 후, 메뉴판을 보았다. 그런데 그림이 없고 글자만 있어서 종업원을 부른 후 디카로 찍은 것을 보여 주면서 갖다 달라고 했다. 나는 스테이크를 먹고 수준이는, 무슨 제육덮밥같은 것을 먹었다. 옆에서는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며, 젊은 남여, 남자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밥을 다 먹고도 조금 더 앉아 그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한 20분 정도 더 얘기를 하고 나와 숙소로 들어 왔다. 저녁 10시 정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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