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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여행/일본(2007)-여행

첫쨋 날 오다이바

by adnoctum 2010. 7. 17.

2007년 1월 13일 토요일 - 도착일/여행 첫날

나리타 공항에서 숙소까지 찾아 오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전철 요금을 알 수 없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저 쪽에 안내하는 여자가 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그리고 전철 약도를 보여 주며 우리가 갈 역을 찍어 주었다. "How much is it?" 하니, 말은 알아들었는지, 종이를 꺼내더니 470을 쓴다. 표를 어디에서 끊느냐고 묻자, 자신이 끊어 주는 것이라 하고, 표 두 장을 준다.

   전철 안의 의자들이 매우 특이하게 생겨서, 일본 전철은 희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전철이 아니라 모노레일이었다. 약간은 긴장을 하고,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모두들 그냥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전철에서 내렸다. 어느 곳으로 갈 것인지 다시 결정해야 한다. 주로 지도에 의존하는 나와는 달리, 수준이는 계속 사람들에게 물어 본다. 때마침 제복을 입고 가는 두 명의 아저씨가 있어서 약도를 보여 주고 어떻게 가느냐고 묻자, 건물 뒤쪽을 가리킨다. 우리는 그쪽으로 한 분 정도를 걸어 간다. 사거리에 접근함을 느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잠시 당황하다, 앞에 약간은 떠들썩하게 걸어 가고 있는 두 명의 일본 여자에게, 수준이가 불쑥 다가가 약도를 들이 민다. 두 여자는, 잠시 당황하다, 이내 곧 약도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 지형과 맞추어 보고, 뭐라고 일본말을 하더니, 약도에 나와 있는 호텔로 전화를 걸어 본다. 전화를 끊고, 우리가 걸어 온 반대 방향으로 걸어 가서 커다란 사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돈 후, 다시 그곳에서 호텔로 전화를 해서 물어 보라고 한다. 전화를 받는 호텔 직원이 영어를 조금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고맙다고 하고, 우리는 온 길을 되돌아 간다. 나는, 일본 사람들 영어 못 한다면서, 꼭 그런 것도 아닌가 보다, 라고 약간은 놀라는 기색을 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해서, 그간 들어왔던 말들과 - 일본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는 - 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우리는 이 때, 우리에게 전화가 없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당연히 전화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5분 정도를 되돌아 가서 다리 하나를 건너자, 비교적 자세한 주변 약도가 나온다. 약도를 보고 다시 대충 위치 파악을 한 후, 다시 걸어 간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갈 것인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한 골목으로 들어가 본다. 지하도를 건너고, 신호등을 건너 앞으로 조금 걷자, 우리가 묵을 호텔이 곧바로 나온다. 우리는 check-in을 하고, 바로 나와 첫 번째로 갈 곳으로 걸어 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음료수를 하나 사기 위해 허름해 보이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600ml 정도 되는 PET 병에 든 콜라를 하나 샀다. 수준이가 1.5L 짜리 포카리스웨트를 점원에게 보여 주자, 입에서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삼백엔" 이라고 어눌하게 한국말을 해준다. 우리가 한국말을 하는 것을 듣고 한국인인 것을 알아 들었던 것 같다. 계산을 할 때 보였던 그의 뭉퉁하고, 약간은 지저분한 손이 이 도시의 말끔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계산을 하고 나와, 우리는 신호등 앞에 서서 조금 기다리고 있다. 그 때 한 여자가 신호등 앞으로 왔고, 수준이는 지도를 들고 또 길을 물어 본다. 곧바로 신호가 바뀌었고,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아 계속 밑으로 내려 갔다. 가는 도중,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달리기를 하는 사람 등을 만났다. 전반적으로 동네 자체는 도시적이지는 않았으나, 길이 깨끗하다.

레인보우브릿지 앞의 안내도. 아마도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기 직전에 본 듯 하다.




레인보우 브릿지. 바람이 꽤 불어서 다른 사진들은 촛점이 거의 안 맞았다. 좀 더 어두웠으면 더 멋있었을 텐데.




   저 멀리서 어렴풋이 레인보우 브릿지로 짐작되는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걸어서 건널 수 있다고 책에서 읽기는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우리는, 과연 정말 건널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을 한다. 이제 서서히 다리 입구가 다가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으로 갈 것인지 몰라 잠깐 갈팡질팡 한다. 입구로 추정되는 곳에 서서, 옆에 있는 안내판을 보았는데, 자전거를 타고는 갈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듯 했다, 몇 글자의 한자로 미루어 보았을 때. 우리는 계속 어떻게 할까 당황하고 있는 사이, 두 명의 남자가 오더니 어느 길로 접어 든다. 우리는 우선 그 남자들이 간 곳으로 가 보았다. 그러자 사람이 출입할 수 있다는 표시가 보인다. 그 길을 계속 걸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한 할아버지도 옆에 와서 서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혹시 할아버지가 다리를 건너려는 것이 아닐까 하고, 할아버지를 따라 가 본다. 다행히도 할아버지가 가는 길은 다리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제법 빠른 걸음으로 걷고 계신 할아버지를 멀리 보내고, 우리는 뒤에서 걷기 시작한다.



  어느 새 어둠이 밀려 왔다. 바람 또한 세차게 불고 있다. 다리를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가 매우 육중하게 들려 온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들려 오는, 다리의 이음새 부분에 있는 철판이 자동차에 의해 눌리는 소리가 다소 불안하게 들려 온다. 중간에 사진기를 꺼냈는데, 수준이 사진기의 베터리가 너무 빨리 나가서, 수준이는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어 매우 기분이 언짢아 졌다. 일단은 내 사진기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으나,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사진기가 너무 작아 사진이 흔들리기 십상이어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아, 물론 내가 사진을 그리 잘 찍지 못해서 그런 점도 많이 있지만. -ㅋ



오다이바 근방, 야경. 도심에 만들어진 해변이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다리 중간중간에 있는, 옆으로 튀어 나온 공간으로 가서 일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걸어 온 레인보우 브릿지도 뒤돌아 보았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사실 찾아 보았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강 위에는 배 한 척이 유유히 떠가고 있다. 두 명의 남자가 우리와는 반대편으로 지나갔다. 다리의 거의 끝에서 약간 복잡한 구조의 길을 지나자 곧바로 다리 끝이 나온다. 그런데 이쪽으로 오는 사람을 경비 아저씨가 막는다. 우리는 혹시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널 때 시간 제한이 있는가 해서 그 아저씨에게 가서 묻는다. 그러나 영어를 못 알아들으시는 아저씨는 손으로 시간이 적혀 있는 표시를 가리킨다. 겨울철은 530분 까지만 건널 수 있다고 한다. 그 때가 510분이 조금 넘은 시간으로, 우리는 바로 다시 건널까 하다, 그냥 전철을 타고 가기로 하고, 앞으로 계속 가기로 한다.


레인보우 브릿지를 걷기 시작할 때 숙소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저 멀리 도쿄타워가 보인다. 저 근방이 숙소이다. 직각삼각형꼴의 건물이 특이해서 찍었던 것 같다.




   앞으로 조금 걷다 보니, 오른쪽 옆으로 왠 해변가가 보인다. 이미 그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곳을 지나왔기 때문에, 난간을 넘어 해변쪽으로 건너 가기 위해서는 좀 더 앞으로 가야 한다. 그냥 뛰어 넘으려는 수준이를 말리고 앞으로 조금 걷자 바로 해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서울에서도 한강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해변에는 어린 아이 몇 명이 자전거에 아무렇게나 걸터 앉아, 무슨 딱지같은 것을 갖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이미 땅거미가 충분히 깔린 이 시간에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꽤 보였다. 상점도 노점상도 아무 것도 없는 해변가에 있는 건물을 보고 든 생각은, 저것은 화장실일 것이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 일본에서 처음으로 간 화장실이었는데 - 수준이가 "여기는 사람이 없네. 유럽에서는 화장실에 사람이 지키고 돈을 받는데. 화장실 안에서 살어. 들어 가니까 화장실에서 밥먹고 있더라." 한다. 밖으로 나와 해변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앞에 왠 불길한 것이 보인다. 내가 ", 이게 뭐냐? 이거 혹시 똥 아냐? 왜 이렇게 많지?" 하고 살짝 밟아 보니, 약간 뭉클한 것이 느껴진다. 수준이는 해파리같다고 하며, 플래쉬를 터트려 한 번 찍어 보라고 한다. 찍어 보니, 역시나 해파리다.

뭔가 X같은 것이 있어서 무엇인가 발로 밟으려 했더니 수준이가 해파리라고 해서, 플래쉬를 터뜨려보니, 정말 해파리다.




   해변을 빠져 나와, 저 앞에 보이는, 불길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오다이바라는, 상점 집합소였다. 사람이 꽤 많았고, 우리는 배가 출출하던 차에 그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우선 여러 상점을 둘러 보고, 힘이 좀 빠졌을 때, 밖에 나가서 좀 쉬었다. 나는 담배 한 대를 꺼내 폈고, 수준이는 그냥 옆에 앉아 있는다. 저 쪽에 사람들이 꽤 몰려 있었고, 몇 명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 물론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려 왔다. 사람들이 약간 몰려 있는 곳에 무엇이 있나 가 보았더니,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축소판이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까 하다, 어차피 수준이는 뉴욕에서 그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나도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난 사실 미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찍지 않기로 한다. 앉아서 어디에 가서 밥을 먹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우선 한국식으로 먹기로 하고, 비빔밥을 하는 곳으로 갔다.

메뉴판을 보고 손으로 가리 키며 어렵사리 주문을 끝마치고 돌아와 앉아 있는데, 저돌적이면서도 소심한 수준이가 말하길, 주문 받는 여자가 자기 스타일이라고 한다. 얼마 후 우리가 받아 온, 플라스틱 모양의 작은 무엇인가가 진동을 했고, 우리는 그것이 주문받은 음식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임을 직감하고 주문대로 가서 음식을 받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는 동안 수준이는, 밥을 다 먹고 식판을 줄 때 저 여자한테 가서 "너는 나한테 찍혔어."라고 한국말을 해야 겠다고 하고, 나는 아서라고 한다. 밥을 먹는데, 옆에서 한국인 가족이 밥을 먹고 있다. 들어 보니, 관광을 온 모양이다. 우리는 약간 대화가 끊겼다 다시 이내 시시콜콜한 대화를 한다, 기억에 남지 않는. 내가 먼저 밥을 먹어서 그릇을 가져다 주고, 수준이는 조금 앉아 있는다. 그러더니, 그냥 길이나 물어봐야 겠다고 한다. 나는 그러면 길을 묻고 오라고 하고 가게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 보았다. 시간이 꽤 흘렀을듯 한데 아직 수준이가 나오지 않아 다시 들어가서 보니, 점원 아가씨와 수준이가 머리를 맞대고 뭔가 길게 얘기를 하고 있다. '저 여자가 영어를 꽤 하나?' 하는 생각에 가까이 가 보았는데, 왠걸, 둘이서 한국말로 뭐라고 신나게 말하고 있다. 내가 들어서자 이내 수준이가 인사를 하고 나온다. 나는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영어로 몇 마디 할려고 하자 갑자기 여자가, "한국사람이세요? 한국말로 하세요." 하는 거야. 순간 머리가 솟더라." 한다. 나는 웃으며, "너, 아까 그 말 했으면 한 대 맞을 뻔 했다."라고 하며 좀 더 웃어 준다.


 밥 을 먹고 나와, 좀 더 앞쪽에 있는, 다른 상점 집합소로 가 보았다. 그 곳은 도요자 자동차를 전시해 놓는 곳이었다.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혹시 문을 닫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자동차 회사에 취직을 해서 그런지, 수준이는 자동차에 꽤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나 역시 자동차를 좋아해서, 그 곳에서 렉서스니 하는 차들을 타 보기도 하고, 돌아 다니며 이런 저런 concept-car도 보고 하였다.










   전시장을 나와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 오면서, 도쿄 타워를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생각했다. 이미 시간이 꽤 늦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자고 싶었는데, 수준이는 도쿄 타워에 갔다 온다고 한다. 숙소가 도쿄 타워에서 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뭐 그리 멀지 않다면 나도 같이 가야겠다고 하고 우리는 숙소 근처의 전철 역에서 내려 도쿄 타워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다소 일본색이 짙은 몇 개의 건물들을 지났다. 건물 안에 작은 사람 인형이 빼곡히 차 있는 건물. 저 멀리서 보이던 도쿄 타워가 점점 가까워 진다. 약간 오르막길을 올라 가자, 곧바로 도쿄 타워가 보인다. 아직도 몇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전망대를 오를까 해서, 입구 쪽으로 가 보았다. 몇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요금은 10,000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나는, 평소라면 올라가려고 했을텐데, 좀 피곤해서 그랬는지, 그냥 좀 쉬고 싶어서, 올라가지 않겠다고 했다. 수준이도 그리 올라가고 싶지는 않아서, 우리는 사진만 몇 장 찍고, 입구 한 쪽 옆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약간 길을 헤메고 숙소로 돌아 와, 잠이 들었다.





2008년 7월에 추가. 제일 마지막 한 줄의 기억. 그것은 또 하나의 전형이 되어버린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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