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10 19:28
과학적 설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과학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세계를 인식할 때, 원인과 결과로 현상을 분석할 수밖에 없다.
인과율은 세계를 지배한다.
아마도 matrix 2편에서 나왔던 대사인 듯 하다. 사람은, '변화'를 인식하는 순간, 항상 그 '변화'를 일으킨 '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모든 '변화'에는 그 변화를 일으킨 '원인'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인과율로 인간은 외부 세계를
인식한다.
과학은, 그 인과율의 정밀한 고리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관찰된 현상(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는 작업이 과학이다. 이 때, 하나의
원인과 결과의 쌍은 아주 근본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인과율에 대한 물음의 핵심이 "왜?"와 "어떻게?" 이다. 따라서, 과학을 하려면 항상 '왜'를 염두해 두어야 한다. "왜"로 물었던 질문의 답은 '어떻게"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1
"암"이라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세포가 죽지 않아서"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왜 세포가 죽지 않는가? 그것은, 세포가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죽으라는 신호를 감지하는 기관들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망가졌고, 그것이 '왜'
세포사멸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한 예만 들면) DNA 합성 과정 중에, 제대로 합성되지 않으면 더이상 세포가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유전자인 atm같은 것에 이상이 있을 경우, DNA 합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도 세포가 죽지 않아서, 암세포가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아주 피상적인 인과 관계만을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가장 작은 'system'이라 할 수 있는 것에까지
내려간 후, 각 system 간의 상호 작용을 이용하여 현상을 설명해 올라오는 것, 그것이 과학이다.
환원주의(reductionism)에서 탈피하여, '더이상 그 부분들의
특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성을 갖는 최소 단위'인 'system'을 이용하여 현상을 설명하는 것, 그것이 과학이다.
hemoglobin을 이루는 모든 원자들의 특성을 합한다 하여도 hemoglobin의 특성을 이해할 수는 없다. 날아가는 새가
원자 덩어리가 아니고, 우리 자신이 우리 자신을 이루는 원자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듯. 사회가 사회를 이루는 개인들의 '합'이
아니듯. 2
그렇기 때문에, 과학에는 항상 그 시대의 과학 지식에 의존하여, 더이상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들이 있게 된다. 생물학을 예로
들면, 발생의 신비이고, 물리학에서는 물질과 에너지,시간, 공간 등이다. 어떻게 세포 딱 하나에서 시작해서 정확히 사람 모양이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코에
있는 세포는, 코 모양이 되었을때 성장을 정확히 멈출 수 있는가? 3 4
그러나, 항상 가장 근본적인 것을 답으로 하기에는, 과학에는 설명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는,
일반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과학적 설명을 이용할 수 있다. 토마스 쿤은 '과학 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그것을
'정상과학'이라 불렀다. 예를 들면, 왜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 물이 섭씨 100도가 안되는데도 끓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압력이 낮아 물의 끓는 점이 내려갔기 때문이다'라는 답이면 된다. 압력과 물의 끓는점과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압력이 내러간 것이 어떻게 물을 낮은 온도에서 끓게 하는지, 그 자세한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
정도의 답변에 '왜 압력이 내려가는데 물의 끓는 점이 내려가는가?'라고 묻는다면, 이 때에는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는 왜 높은 산으로 올라갈수록 압력이 내려갈까?
이처럼, 보다 큰 범위에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설명이 주어졌을 때, 그 설명을 들어야 하는 상대방이, 그 설명 뒤에 숨어 있는,
근본적 원인-결과의 긴 연쇄 관계를 알고 있다면, 굳이 그것을 일일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주1) 변화를 일으킨 힘이, 어떤 '의식'을 갖는 개체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될 때는 주로 '이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현상인 경우 '원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돌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원인'(이유가 아니다)은, 만유인력에
의해서이지, 높은 곳이 무섭기 때문이라던가 하는 이유가 아니다. 세상 모든 현상이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목적론적 세계관(teleology)이다(따라서, 신학적 해석을 과학에 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과학은 '이유'를 찾는 학문이
아니라, '원인'을 찾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신학과 과학은 다르므로, 같이 갈 수 있지만,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주2) 물 분자들은 서로에게 끌리는 힘이 있기 때문에,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열이 가해져서, 그 열이 물분자의
움직임을 증가시키면, 물분자들이 더욱 빨리 움직이게(진동하게)되고, 만약 그 움직임이 물분자들이 서로 끓어당기는 힘을 끊을만큼
강할 때, 물 분자는 다른 분자에서 떨어져 밖으로 튀어 나오게 된다. 튀어 나온 분자가, 우리가 보는 '김'이고, 그러한 현상이
'끓는 현상'이다. 이 때, 물분자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꽉 누르고 있는 것이 대기이다. 즉, 대기권에 존재하는 공기가
물분자가 밖으로 튀어 나오는 것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물 분자는 공기가 누르는 힘을 밀치고 밖으로 튀어 나와야 한다. 따라서, 그
누르는 힘(대기압)이 약해지만, 더 적은 힘으로도 밖으로 튀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압력이 낮을수록, 더 적은 열(열은
분자들의 움직임에 대한 수치이다)에 의해 발생한 움직임의 정도만으로도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압력이 낮아지면
물(액체)의 끓는 점도 낮아진다. (고등학교 화학에 자세한 설명이 있음)
'과학_비분류 > 과학_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의적으로 한의학 바라보기 (0) | 2010.10.14 |
---|---|
자연과학에 대하여 (0) | 2010.05.27 |
자연과학이 가치있는 이유 (0) | 2010.05.26 |
과학적 진리에 대하여 (4) | 2010.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