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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관련/그냥생물학

면역 회피(immune privilege)

by adnoctum 2010. 2. 1.
  우리 몸에는 항시 면역 세포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외부에서 온 물질이나 내 몸에서 만들어졌지만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된 세포나 부산물들을 없애고 있다. 어딘가에 맞아서 상처가 나면 세포가 터져 죽는데, 그러면 그 세포들을 어서 빨리 치워야 한다. 그 때도 면역 세포가 작용을 한다.

  고름같은 것은, 전사(戰死)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면역 세포들의 사체이다. 즉, 이미 혈액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 세포 쪼가리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면, 공기가 적은 환경에서도 제기능을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는 면역 세포가 그 곳으로 달려 가서(어떻게 그 곳을 알 수 있을까?) 세포 부스러기들(debris)을 깨끗이 해치운다.


  상처가 난 곳으로 정확히 면역 세포가 달려갈 수 있는 이유는, 상처가 나면 혈관세포같은 것들이 특정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 그 화학 물질이 조직을 타고 퍼져 나가면, 면역 세포들은 그것을 쫓아, 상처가 난 곳으로 달려 온다. 또는, 혈관 이외의 세포도 그러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그런 물질이 혈관에 닿으면, 혈관이 느슨해진다. 그것이 상처가 나면 붓고 열이 나는 이유이다. 또한, 부으면 붉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혈액이 많이 몰리므로. 혈관 세포 사이사이가 느슨해지면, 혈관을 굴러다니던 면역 세포가 그 곳으로 빠져 나가 상처가 난 곳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대식세포(macrophage)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따옴) 이 놈은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참 많은 일을 한다. 늙어버린 적혈구나 다른 세포도 얘가 없앤다. 병원균같은 것이 오면 얘가 인식해서 없애버리거나, 저 혼자 안 될 것 같으면, B 세포나 T세포를 불러들여 그들의 도움을 받아 나쁜 놈을 해치운다. 외부 병원균을 인식하는 특별한 기능을 하는 애들은 대식세포, dendritic cell, B 세포가 있는데, 다른 놈들은 주로 인식만 한 후 죽이는 것은 다른 세포에게 맞기는 반면 이 대식세포는 인식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 다른 지원군 세포들을 불러오거나 활성화시키기까지 하는, 멀티 플레이어이다.


  면역 세포는 주로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온 몸을 전부 돌아 다니고 있다. 그런데, 우리 몸 중에 면역 세포가 없는 곳이 3군데 있다.

  중추신경계, 즉 척추 안쪽과, 그와 구조적으로 연결된 두뇌에는 신체의 다른 곳에서 보이는 면역 세포들이 없다[각주:1]. 이유는, 면역 반응은 항상 좀 지저분한(?) 반응이기 때문에, 즉 붓고 열이 나는 등 주위의 세포들이 좀 힘겨워지는 상황인데, 두뇌는 그러한 자극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둔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중추신경계는 사소한 자극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므로, 면역 반응과 같은, 주위 세포에 다소 무리는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되어 있다.

  또 한 곳은 눈이다. 눈 안에 면역 반응이 일어나 붓고 피가 몰리면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눈 안에서 즉각적으로 잘못된 놈을 처리하기보다는, 눈물(눈물도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갖고 있다)이나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없애는 것이다.


  또 한 군데는 고환이다. 좀 아파도 좋으니까, 자손을 남기고 싶다는 의미인가?


  어쨌든 몸의 이 3곳은 면역 반응으로 잘못된 세포나 물질을 없애기엔 너무 민감한 곳이라서 면역 반응이 안 일어난다. 이러한 것을 면역 회피(immune privilege)라고 한다. 그러나 두뇌는 성상세포(astrocyte)가 면역 반응을 대신하기도 한다.



  재채기는 비교적 재미있는 이유로 설명할 수도 있다. 면역 세포들이 개떼같이 달려들어도 물리칠 수 없는 놈이 왔을 때는, 물리적 힘을 빌려 그 놈을 몸 밖으로 날려 버리는 것이 재채기로 나오곤 한다.
  1. 그러나 면역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뇌도 나름대로 면역반응이 일어 난다. 그러나 그것이 뇌 이외, 즉 peripheral immune system과 다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