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2 21:53
암세포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생기는데 이렇게 잘못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잘못되기가 어렵다. 즉, 잘못되면 어떤 세포는 이 유전자가, 또 다른 세포는 저 유전자가 잘못되는 것이, 잘못된 많은 암세포가 동일한 유전자(군)이 잘못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암세포는 일반적으로 매우 이질적(heterogeneous)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이질적이니 같은 암덩어리에 있는 세포들이라 해도 어떤 세포는 조금 잘못되었고 어떤 세포는 매우 많이 잘못되었을 것이다. 이 때 '잘못된 정도'는 결국 암세포가 얼마나 해로운가와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매우 많이' 잘못되기는 당연히 '조금만 잘못되기'보다 확률적으로 작게 일어나는 일이고, 따라서 암덩어리에서 매우 해로운 암세포는 얼마 안 될 것이라는 가정. 대신, 같은 덩어리에 있는 다른 많은, 적당히 잘못된 암세포들. '많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암세포가 몸의 면역 작용과 혈액 공급 부족 등의 매우 혹독한 생존 환경을 극복하면서 사는데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그런 조건이라면 정상 세포는 죽어야 하는데, 죽지 않는 세포가 암세포니까 - 세포의 죽음은 매우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 많이 잘못된 즉 더 해로운 암세포는 덜 해로운 암세포보다 늦게 자란다고 한다.
문제는 암덩어리를 없애기 위해 약물을 처리했을 때 발생한다. 즉, 약물을 처리하면 약물에 약한 암세포 - 얘네는 약물내성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신 '생장'하는데 에너지를 쓰던 애들인데 - 가 죽게 되면, 그러한 '덜 해로운' 암세포가 없어지게 되면서 안에 짱박혀 있던 강력한 암세포들이 본격적으로 생장한다는 것. 다시 말해, 덜 해로운 암세포들은 내성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생장에 에너지를 쓰던 놈들이라 얘네가 더 잘 자라기 때문에 '더' 해로운 암세포는 얘네한테 치여서 잘 못 자라고 있던 상태. 그런데 이렇게 막 자라던 놈들이 없어지니 얘네한테 치여서 자라는 것이 제한을 받던 세포들이 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즉, 매우 해로운 약간의 암세포는 내성을 지녀야 하는데 주위 세포들이 막 자라니까 치여서 잘 못 자라고 있던 상태였는데, 막 자라기만 할 뿐 내성이 별로 없던 그 세포들이 약에 의해 죽으니까, 강력한 내성을 내재하고 있던 세포들이 드디어 더 잘 자라게 된다는 얘기.
실제로 저자 그룹에서는 쥐의 암덩어리의 크기를 확 줄이는 것과 암덩어리의 크기를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라지 않도록 약물 처리를 했을 때 비교해 보면 쥐는 후자가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아직 이 논문은 출판이 안 되서 읽을 수 없다). 1cm3 정도 되는 암덩어리에 10억 개 정도의 암세포가 있고, 그러니 조금만 암덩어리가 커져도 충분히 매우 강력한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다고...
동물 실험 결과라 아직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여하튼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위 글은 농사에 해로운 동물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시작한다.
뭐... 많은 것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약간의 잘못이나 오류, 모순이 있더라도 그것이 너무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를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 그것들이 완전히 없는 상태로 사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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