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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관련/그냥생물학

세포의 삶과 죽음

by adnoctum 2010. 2. 1.

2007-12-28 16:37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 백 만개 정도의 면역 세포가 죽는다고 한다. 다세포동물로 진화하면서 세포 하나의 죽음이 정상적으로 조절되는 것은 하나의 개체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흔히 알고 있듯이, 세포가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계속 자라나는 것이 암세포인 것에서 세포의 죽음이 정상적으로 조절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는 세포의 죽음은 다소 스위치같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있다. 즉, 죽어야 할 신호가 왔을 때 괜히 어영부영 망설이지 말고, 곧장 확 죽어버리자, 뭐 이런 식으로 세포의 죽음이 결정되는 것이라는 생각.

자발적인 세포의 죽음(apoptosis)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일어난다. 하나는 외부에서 죽으라는 신호가 와서 죽는 것과, 내부의 여러 기작들이 망가졌을 때 죽으라는 신호가 와서 죽는 것. 전자의 예를 들면 TGF-beta나 Fas, TRAIL 같은 단백질이 외부에 존재할 경우 어떤 세포들은 그것을 자신이 죽으라는 신호로 해석하여 자발적으로 죽게 된다. 후자의 예로는 DNA가 제대로 복제가 안되면 그것을 감시하고 있던 단백질에 의해 세포 내부에서 죽음의 신호가 켜져 세포가 죽게 된다. 전자와 같이 외부의 신호를 감지하여 죽는 경로를 extrinsic pathway라 하고, 후자와 같이 세포 내부의 상태를 감지하여 죽는 경로를 intrinsic pathway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두 경로가 어느 정도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내부사멸경로는 미토콘드리아를 기점으로 형성되는데, 외부에서 발생한 세포사멸 신호가 내부신호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흔히, 이제 죽어야 할 때가 되었으니 더이상 에너지를 만들지 말고 얼른 죽기나 하자, 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두 경로는 caspase(카스파아제, 이 번역 정말 이상하다. 케스페이즈라 하지...)의 활성화로 수렴하게 되는데, caspase는 걸려든 단백질들(기질)을 닥치는대로 잘라버리는 단백질이다. 따라서 세포 내부의 여러 단백질들이 이 caspase에 의해 잘려 세포는 결국 죽게 된다. 가장 강력한 caspase는 주로 caspase3로 알려져 있는데, 일단 이 caspase3가 활성화되면, 세포는 더이상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간주된다. 즉 일단 caspase3가 활성화되면 더이상 세포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여기서부터는 다소 개인적인 생각.

그런데 내가 좀 이상한 것은, 그 짠돌이 세포가, 세포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리도 고생을 했으면서, 죽는 것을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 결정해 버릴까 하는 것. 그렇다고 죽어야 할 놈이 죽지 않고 비실비실대고 있으면 또 괜히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고 있는 꼴. 따라서 세포의 죽음은, 정교하게 조절이 되면서도 재빠르게 일어나야 하며 그 결정은 확고부동해야 한다는, 다소 상반되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발표된 논문 하나[각주:1]에 의하면, Fas라는 세포외부의 죽음 신호는 일단 활성화가 되면 세포의 생존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는 NF-kB라는 물질의 활성화를 막아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단 죽을 것을 결정했으니, 더이상 살 것인지는 확인하지 말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caspase의 활성화도 그렇고, 위의 결과도 그렇고, 세포의 죽음이 그리 쉽게 결정이 된다는 것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록 세포사멸신호가 활성화되었다 하더라도, 가장 결정적인 세포사멸단계 - 현재로는 caspase 3의 활성화 -로 가기 전까지 다른 신호전달경로와 충분한 상호작용이 있지 않을까? 즉, 일단 죽기로 결정은 했지만, 그래도 혹시 그 결정을 뒤바꿀 힌트를 찾기 위해 다른 여러 신호전달경로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까? 그런데 만약 그렇게 되면, 세포의 죽음이 스위치처럼 딱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decisive하지 않아서) 개체의 입장에서는 좋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세포는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한 것일까?....




  1. 2008, vol.15 pp.152-160 Inhibition of the NF-kappaB survival pathway via caspase-dependent cleavage of the IKK complex scaffold protein and NF-kappaB essential modulator NEMO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