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는 별다른 일정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날도 동네 산책을 했다. 전날은 지원서도 써야 해서 간단히 걸었다면 이 날은 범위를 좀 넓혀서 오랫동안 걸었다. 또, 이제 일정의 마지막 날인데 현금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서 현금을 주고 밥을 먹을 수 있었기에 먹고 싶은 것을 먹기로 했다, ㅋ. 오사카는 이미 한 번 가 본 적도 있고 우메다나 난바같은 시내로 가서 구경하는 것을 그리 즐기는 편도 아니고 날도 안 좋아서 동네 산책으로 마무리, ㅋ.
이 날도 역시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아침 식사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아침. 바나나랑 계란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커피 뒤쪽에 있는 샐러드가 특히 맛있었다. 버터랑 딸기잼 중 고를 수 있었는데 첫 날은 대화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딸기잼을 받았고, ㅋㅋ, 두 번째 날에는 직원이 바뀌었는데 이 때는 그 둘을 직접 가져와서 보여 줘서 버터를 고를 수 있었다, ㅋㅋ. 커피는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을 고를 수 있어서 계속 차가운 것을 골랐다, ㅋ. 평소에도 아침을 간단히 먹기 때문에 적당했다. 이 곳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은 대개 어르신들로 젊은이가 아침을 먹는 것을 보진 못했다. 일반적인 호텔의 카페테리아(혹은 뷔페식) 아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침을 먹고 비가 오는둥 마는둥 해서 다소 마음 편히 길을 떠날 수 있었다. 아, 이 때, 한 열흘 전 즈음 뉴욕의 MOMA design store에서 산 우산을 이용했다, ㅋ. 걸어 다닌 동네 풍경은 이랬다.
오사카 상업 대학교였나... 주말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기합을 외치며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 곳에서 화장실에 잠깐 들렀었다, ㅋ. 난 아무데나 마치 내가 그 곳 소속인 것처럼 잘 들어간다. 홋카이도 대학에서도 그랬고,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도 그랬고, ㅋ. 특히 학부 때 시험기간에는 아주대 도서관에 가서 공부한 적도 있다, ㅋ.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날도 매우 궂었다. 왼편은 강은 아닌 듯 했고, 아마도 쓰나미 같은 것이 왔을 때 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방재책 같았다.
이 곳도 이미 벚꽃은 다 떨어져 있었다.
도피냥. 물가에 있다 내 인기척을 느끼고 둑 쪽으로 후다닥 올라 와서 한껏 경계를 하더니 후다닥 도망갔다. 저 곳은 가장 오른쪽의, 길과 물가를 경계짓는 둑이 굉장히 높은데 그 안에 고양이가 들어 가 있다. 저 녀석을 보기 위해 둑 위로 올라갔었다.
꽃이 나름 가지런하고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 정도 쯤은 이제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ㅋ.
물가 양 옆으로 이름 모를 꽃이 줄지어 피어 있었다. 굉장히 길게 피어 있어서 꽤나 괜찮았는데 물은 약간 더러운 것 같았다. 그래도 붕어인지는 살더군, 팔뚝만한. 하긴, 붕어는 2급수인가 여튼 다소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사니까.
두 곳이 합류하는 지점에 새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물에 고기가 많아서 그런 것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다소 신기한 풍경이었는데, 동네 곳곳에 저런 묘지인 듯한 곳이 있었다.
계속 걷다 동네 작은 놀이터에 가봤다. 공원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놀이터 정도일 것을 예상했는데 맞았다. 한 아이와 아버지가 야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명의 여자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면서 뭐라뭐라 얘기하며 놀고 있었고, 두어 명 정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잠시 들렀다 부는 바람에 이내 곧 놀이터를 벗어 나신 것으로 기억한다.
놀이터 가운데에는 약간의 오르막의 동산이 있고 그 위에 버섯 위로 물이 나오게끔 되어 있었다. 이렇게 보면 다소 평화로운데 실은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었다. 세찬 바람 때문에 나도 오래 있진 못하고 잠시 벤치에 앉아 있다 다시 길을 떠났다.
작은 골목골목을 돌아 다녔다. 위 꽃이 예뻐서 찍어 봤다. 이 때 옆에서 두 명의 아주머니가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 명의 아주머니가 뭔가를 주고, 다른 아주머니가 미안하고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좀 더 걸었을 때는 한 집에서 이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삿짐을 실은 차가 모퉁이를 돌자 이층집에서 할머니와 어린 아이가 창밖으로 이삿짐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할머니는 약간 울먹이시는 듯 해 보였다.
음악학원 표시일까? 뭔가, 좀, 귀여웠다, ㅋ.
지도 상에는 수로로 되어 있었는데 굉장히 좁게 표시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우 좁은 수로였다. 이 수로가 전 날 걸었던 그 수로로 연결이 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수로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예쁘게 꾸며진 듯한 정원. 이 때, 세 명의 여자 아이들이 각 집마다 뭔가를 우편함에 넣고 있었다. 대략 중학생으로 보였는데, 뭔가 안내장이나 뭐를 넣고 있는 듯 했다. 그 아이들의 속도가 나랑 비슷해서 이 때는 일부러 기다리다 지나간 후 찍었다. 중간에 한 남자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뭐라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는데, 그 이후 그 여자 아이들이 웃으며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이 곳을 조금 지난 후였나, 시장같은 곳을 지났었다. 그런데 길 옆에 작은 나무 조형물 안에 초가 켜져 있었고, 한 할머니가 그 곳에 동전을 넣고 기도를 하고 가셨다. 우리 나라의 서낭당 같은 곳 혹은 것 같았다.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인지 자전거가 늘어서 있기도 했고 그 끝엔 관리 사무소인듯 한 곳이 있었다. 한자로 쓰여 있었는데, 반나절인가에 꽤 비싼 가격으로 대여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날이 상당히 오락가락 했다. 오리가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중간에 만난 어느 공원. 원래 이 공원이 목적지였다. 오는 길을 정하지 않았을 뿐 이 공원은 그 전날 목적지로 정해 놓은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왔을 때는 너무 바람도 불고 날도 차서 오래 있기 힘들었다. 공원 바로 밖 저 쪽에서는 뭔가 바자회 혹은 그 비슷한 것이 열린 것인지 사람들이 천막 밑에서 뭔가를 사는 것인지 먹는 것인지 하여튼 그러고 있었고, 공원 안 공터에서는 일군의 남자 아이들이 시끌벅적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녀석들, 날도 찬데, ㅋ. 공중화장실이 있어서 갔는데, ㅋ, 닫는 문이 없이 밖에서 다 보이더군, 남자 소변기는. 뭐,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시야가 가려진지라 볼일을 보고 손을 닦는데, 허름에서 물이나 나올까 했는데 의외로 물은 잘 나왔다. 그리고는 원두막 밑의 다소 넓은 평상에 앉아 어제 먹다 남은 빵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났다.
왠 귤이 매달려 있었다. 저렇게 큰 귤나무는 처음 보기도 했고 동네 길가에 저렇게 있어서 찍어 봤다. 하나 따먹어 볼 생각은 못했군... 이 즈음이 이 날 여정의 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걷자 어제 걸었던 곳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날 먹은 점심 겸 저녁. 위의 그림에 나온 메뉴를 시키자 꽤나 비슷하게 아래처럼 나왔다. 소시지, 돈까스, 닭고기, 감자, 완두콩, 등 양도 많았고 맛도 좋았다. 들어 가서 주문을 하려 하자 한 할머니가 나오셔서 뭐라뭐라 하시길레 내가 영어로 뭐라 했더라, 하여튼 영어로 뭐라 하니까 일본인이 아닌 것을 눈치 채시고 어디론가 가시길레 따라 가 보니 주문은 기계로 하는 것이었다. 내가 위 사진을 보여 드리자 할머니가 항목을 찾으셔서 버튼을 눌러 주셨다, ㅋ. 혼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그 곳에서 먹었다. 그런데 얼마 후 네 명 정도 되는 남자 아이들이 들어 왔는데 어찌나 시끄럽던지. 하지만 역시나 남자 애들이라 그런지 금방 먹고 갔다, ㅋ.
맛있게 밥을 먹고 숙소로 들어 가 다소 피곤해진 몸을 쉬며 느긋하게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제 내일이면 가는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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