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부터 살기 시작한 기숙사는, 한가하다. 이제 한껏 봄이 옴을 낮이 되면 따스해진 햇살에서도 느낄 수 있기도 하려니와, 오늘은 아침에 나올 때 이름 모를 새가 열심히 지저귀는 것에서도 괜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 새가 봄과 함께 온 것인지, 아니면 겨울에도 으레 그래 왔지만 내가 녀석의 소리를 기억 속에 남기지 않은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따금씩 보이던 박새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는데, 아마도 박새는 저리 다양한 음색으로 지저귀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고, 이내 곧 잊혀 졌다.
점심때쯤 일어나 밥을 먹고, 아직 남아 있는 얼마의 시간동안은 그냥 밖에서 서성대거나 벤치에 앉아 있곤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람이 불면 아직 밖에 앉아 있기에는 추운 날씨였지만 이제는 많이 괜찮아 졌다.
점심때쯤 일어나 밥을 먹고, 아직 남아 있는 얼마의 시간동안은 그냥 밖에서 서성대거나 벤치에 앉아 있곤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람이 불면 아직 밖에 앉아 있기에는 추운 날씨였지만 이제는 많이 괜찮아 졌다.
위 사진에 나와 있는 벤치에 종종 앉아 있곤 한다. 햇살이 따뜻하리만큼 진하게 내리 쬘 때면 아직 이따금씩 남아 있는 눈들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늦봄을 지나 여름일지도 모른다는 착각까지 일어나곤 한다. 위 사진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차 기다리다 카메라가 가방에 있다는 생각이 나서 찍은 사진. 그런데 구도는 다음 로드 뷰에서 더 잘 나왔다.
저기의 벤치는 굉장히 넓직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도 몸의 그 어느 일부도 벤치 밖으로 나오는 부분이 없을 정도이다. 오랜동안 앉는 이 없는 벤치는 으레 때가 타고 보기만 해도 앉기 거북스러운데 저 벤치는 누군가가 자주 앉는듯이 그렇지 않다. 아마도 여러 행사가 열리는 것을 생각해 보면 오가며 들르는 여러 사람들이 잠깐동안은 앉았다 갈 수도 있음직 하다. 얼마 전에는 오른쪽의 가려진 부분에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두어 명의 아주머니들이 봄햇살 나들이를 나오기도 했었다.
문득 든 생각은, 어차피 나야 내 일만 한다치면 컴퓨터만 있으면 되고, 더구나 저기는 무선인터넷이 꽤나 잘 잡히니까,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날이 좋은 날은 저 곳에서 일을 해도 될 것 같은 느낌. 도서관에서 하나, 랩의 자리에 앉아서 하나, 공터 벤치에 앉아서 하나. 하다가 입이 심심하면 근처 매점에 가서 군것질도 조금 하고, 그렇게 일을 하다 저녁이 되어가면 누군가를 불러 맥주라도 한 잔. 꽉 막힌, 그래서 밀폐된 곳 보다는 난 언제나 탁 트인 곳이 좋다. 랩의 자리도 언제나 확 트인 자리. 내 자리가 밖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어도 상관이 없다. 아니, 오히려 나는 파티션으로 막혀 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예전에 앉던 다른 건물의 자리는 파티션도 없이, 어디 잠시 놔둔 것 같은 자리를 사용하기도 했었다. 도서관을 가도 언제나 칸막이가 없는 넓은 자리. 그러니, 저렇게 앉아 있을만한 자리만 있는 채 확 트인 곳은 더더욱 말할 나위 없이 좋다, 여름이면 집에서도 자주 밖에 나와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이거는 그냥, 길 옆에 소나무인지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모습이 왠지 정갈해서 한 컷. 여름이면 좀 더 멋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