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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관련/연구_생각

의미없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by adnoctum 2010. 12. 9.

   긴가민가 하는 방법을 테스트 해 보고자 이것저것 해서 결국은 테스트에 성공. 그러나 결론은 '의미없음'으로 나타났을 때. 그것을 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은 결국 "없던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아... 참으로 착찹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혈류분석 프로그램 작성할 때 내가 후배에게 했던 말,
"내가 '이거 되요', 라고 말을 할 때는 안 되는 10개를 해보고 겨우 찾아낸 것이 그것이라는 거야."
많은 경우 그렇다. 며칠 동안 했는데 겨우 이거 하나 했어? 라고 묻는다면 참으로 난감하다[각주:1]. 왜냐 하면, 그 며칠동안 그 하나만을 한 것이 아니라, 수 개를 시도해 보았으나 그 한 개 만을 제외한 모든 것이 결국은 적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기에. 그러한 헛된 노력이라 불리는 것을 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 부었는가. 물론, 경험이 많고 능력도 좋은 누군가가 옆에 있어서 "그것은 이렇게 하면 될꺼야", 라고 해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으나, 많은 경우 우리가 하는 일은 아직 그 누구도 똑 부러지는 답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이기에 그런 상황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말은 "일단 해봐", 이며, 그것은 주로 일단 해 봤으나 결론은 의미 없음, 또는 그 방법은 통하지 않음, 이지. 다음은 내가 random forest 를 적용해 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작업 화면.


작업 관리자나 작업표시줄을 보면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들어 떠 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이 자리에서 windows 가 깔린 두 개의 데스크탑과 리눅스가 깔린 한 개의 서버도 사용하고 있는데(그러니까 나는 동시에 4대의 컴퓨터를 사용해 작업한다) 그것들은 표시를 하지 않았고, firefox 는 여러 탭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열린 창은 화면에서 보이는 창의 수보다 훨씬 많다. 저렇게 수도 없이 많은 창을 헤매이며 작업을 했으나 결론으로 얻은 것이 결국은 "통하지 않음"이면 그 간의 일들이 모두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예전 룸메가 수학과 였는데, 그 친구가 한 얘기가 생각난다. 어느 박사과정 학생이 defense 를 하는데, 갑자기 교수가 "어?" 하면서 "이거 반례인데?" 하고 그 자리에서 즉시 반례를 보여 줬고, 그 학생은 결국 자살을 했다는... 실제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열심히 한 것이 별로 의미없거나 틀렸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겪는 허무함은 말로 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저런 시행착오를 나만 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각주:2]. (음... 나만 하나? -_-;;;) "논문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들의 진실"로 구글링 해서 나온 글을 보면 위와 같은 시행착오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실, 안 해 봐도 뻔한 것은 할 필요가 없고, 우리가 해보는 것들이란 되는지 안되는지, 맞는지 안맞는지 알아 보기 위해 해보는 것들이기 때문에 틀리는 것으로, 안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승패병가지상사라고, 우리는 '사실[각주:3]'을 위해 작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 이러한 물음을 던지는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다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나는 주로 내가 스스로 이런 물음을 하게 되니... [본문으로]
  2. 많은 경우, 특수성이 일반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 위안이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본문으로]
  3. 보다 과학적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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