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벚꽃 나들이는 아즈망가 대왕에서 나왔던 벚꽃놀이 장면. 특히 어른의 벚꽃놀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만들어진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일부러 벚꽃나들이를 간다는 설정에서부터 뭔가 작위적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 순간에 몰입될 수 없는 일이 된다. 한 때, 딱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긴 했어도 때가 벚꽃놀이시기였던지라 벚꽃보다도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았던 그 순간은 어떤 분위기보다도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이 더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뭔가... 약간은 편안함으로 들어 가고 싶다는 느낌. 조금 더 파고 들어가 보자면, 뭔가 잘 안 풀리는 상황. 그 상황에서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편안함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싶은 느낌이랄까. 아즈망가의 그 장면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 두 명의 신세타령 정도라면 나는 그 대상이 연구로 바뀌었을 뿐 매우 비슷한 상황. 거기에 더해 나 역시 미래에 대한 일정한 불안함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기분 좋게 술을 하고 밝은 달빛 아래 맞는 벚꽃이라면. 그래, 그렇다면 왠지 기분이 조금은 들뜰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은 그런 분위기로 가고 싶다는 것은 지금이 조금은 빡빡하고 뭔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 될 수도 있겠지. 뭐, 딱히 틀린 것도 아니겠지만...
예전에 영국에 학회를 갔을 때 일본 사람이 발표를 하는데, 발표 첫머리에 벚꽃사진을 보여 주면서, 자신은 일본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시기의 일본은 정말 아름답다는 말을 하였는데, 왠지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봄에 꼭 한 번 일본을 가보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 같다. 뭐 그것이 꼭 일본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는데, 한국에서도 우연히 그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사실 그 때도 거의 우연이었고... 어쨌든 지금은 뜬금없이 벚꽃놀이가 가고 싶다는 느낌이 며칠 째 들고 있다. 한 여름에 눈속을 걷는다던가, 한겨울에 한여름의 햇살을 맞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 나로선 지금의 시기에 이 느낌이 나는 것이 별로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렇게 오랜동안 지속되는 것은 좀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