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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나이든 네가 이해할 수 없는 것

by adnoctum 2010. 8. 9.
2008-05-16 01:01



    나는 나이든 사람들의, 연륜에 의해서만 가질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그 지혜를 한없이 흠모한다. 하지만 나이만 들고 꽉 막힌, 정신적 미성숙이 나이들수록 더 발휘되어 결국 나이먹고 애처롭게 변해버린 인간들의 헛소리에는 매우 싸가지 없게 반응하곤 한다. 나이가 들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해야지, 수준을 넘어가는 그 태도란!


    경찰이나 정치권의 늙은 몇몇 구렁이들은 인터넷 등의 통로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명 단위가 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나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대의 앞자리에서 멀어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래도 현대 사회에 그리도 강하게 영향을 행사하는 인터넷의 위력 정도는 좀 알아 둬야 하는 거 아니겠나. 게다가 나랏님들이 말이야. 나는 혹시라도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들이 이런저런 조류에서 너무나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집에 가면 인터넷 얘기를 제일 많이 한다. 신문이나 TV에는 안 나오지만 인터넷에는 이미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등등.


    2MB와 그 아이들이 좀 구시대적인 것은 알았지만 저렇게까지 막장인지는 몰랐다. 이건 뭐, '아버지의 이름으로'구만. 어찌 보면 여태껏 시키기만 하거나, 시키는 것에 복종만 했던 사람들에게는 자발적인 어떤 행동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촛불집회에 대해 주동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은데, 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온 사람들일까? 그들의 삶 속에는 삶의 경험이 지혜가 되어 그들 몸 어딘가에 남게 되는 과정이 분명 없지는 않았을텐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몇 만명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그들의 황당무계한 생각을 이해할 수 없으니, 서로 같아지는 건가.



    보수적인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구실 중에 하나는 '뭣도 모르면서 나선다'는 것 같다. 현재의 20대는 보수화되어 있다. 그들은, 대학생들의 대모에 대해 어른들의 그, 안주에 의한 자기합리화 내지는 자신의 무력함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구실로 '철이 없이 날뛴다'라고 했던 예전과 같이, 지금의 10대들의 행동에 대하여 '모르면서 날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개중에는 뭣도 모르고, 그냥 재미있으니까 나온 애들도 있겠지. 쳇. 그건 그냥 그 아이들을 비하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지. 그럼 그 많은 애들이 전부 다 제대로 된 생각을 하면서 나왔겠어? 사람이 모인 곳이니까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것이지. 하여튼 조금 잘못된 거 트집잡아서 싸그리 무시해버리는 그 태도는, 그래, 니가 챔피언이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뭔가 좀 아는 거 아니겠어, 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그들보다 더 산 10 년 이라는 시간을 빌미로 그들의 미숙함을 지적하곤 하지만, 단지 그 10년이란 세월만으로 그들을 함부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항상 유념하고 있다. 내가 볼 때에야 그들이 한없이 철없이 보이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뭔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난, 이런 식, 그러니까 좀 더 살았다고 어린 사람들한테 유세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는데, 그렇게 유세떠는 너가 하는 이런저런 고민이나 행동들도 결국은 10년 20년이 지나서 뒤돌아 본다거나, 인생에 대한 회환조차 없이 조용히 내일의 죽음을 기다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본다면 별 것 아니지 않을까, 아주 어리석어 보이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나이가 어리다고 누군가를 무시하면 안된다. 그러면 늙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의 10대는 내가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 잘 모르겠고, 20대들은 확실히 늙어 있다. 그들은, 물론 그들이 자라난 환경이 그렇기도 했지만, 그들 스스로 그런 환경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 왔다. 물론 어느 시대나, 어느 세대나 체제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교육받으며 자란 사람 중 순응의 정도를 넘어 가사상태를 극복하며 10대를 보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늙은 사람 천지다. 나도 조금씩 늙고 있다. 나이는 들어도, 늙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든다고 무조건 지혜가 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만 방심하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이 갖고 있는 오류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그것에 대한 맹신만 늘어날 뿐이다. 그렇게 되면 답이 없다. 그냥 늙어빠진, 흔하디 흔한 심장 덩어리가 될 뿐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어린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포함된다. 그들이 우리에게 젊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많이 늙었나 보다, 10년 아니 5년이 지난 후에 이 글을 보면 '참 어렸구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 미몹 백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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