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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희망에 대해

by adnoctum 2010. 12. 11.


원본 작성일 : 2007-11-24 16:29
 

희망이란, "작은 것"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나를 판단하는 것과 남이 나를 판단하는 것 중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바로, 나는 나를 긍정적이라 판단하지만 남들은 나를 부정적이라 판단하는 것, 바로 이것이겠지. 이에 더하여, 나는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부정과 냉소가 판치는 사회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로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 같고. 이런 판단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를 떠나서, 희망과 긍정, 부정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기지 않나, 생각한다.

나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것을 소중히 하고자 하는 태도가 좋아 보인다.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때, 아주 작은 것이란, 가능성이 매우 작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별로 중요하지 않게 보이나 그래도 조금은 좋아 보이는 태도일 수도 있고, 하여튼 그런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혼자 신호를 지키거나 법을 지킨다고 세상이 갑자기 깨끗해지지는 않겠지. 그래, 그런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내가 법을 안 지키고 멋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될 수는 없겠지. 내가 어려운 사람에게 돈 만원을 기부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갑자기 세상이 살기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래도 세상이 아주 조금은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것, 그 아주 조금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 나는 그것이 비록 아주 조금(infinitesimal)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좋은 것이라면, 그래, 바로 그렇다면 그것을 소중히 생각한다. 그 결과가 언제 내 눈앞에 나타날지 내가 어떻게 알 것인가. 너무 작아, 그 보답을 바라는 마음조차 없지만, 그래도 세상이 좋아지는 것에 먼지만큼이라도 무엇인가를 했다는 생각, 그리고 이런 것이 차츰차츰 싸이고 나 이외의 누군가도 이렇게 함으로써 세상이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 안 그렇다면, 세상은 정말 더럽게 그지같을테니까.

"~ 쯤이야 대충해도 괜찮겠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태도.

나는 그래서, 해보지도 않고 그 작은 가능성 때문에 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 바로 이런 모습에서 한국이 부정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을 원한다면, 나는 죽음만큼 확실한 것을 알지 못한다. "너가 그래 보았자, ~~" 이런 태도. "우리가 이렇게 해도 결국 세상은 ~~" 이런 태도. 1%에 대해, "에, 겨우 1%" 이런 태도. 뭐든 불완전하나마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세상을 구제하지 못할지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한국사람들은 아주 확실한 것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임금이 사람들에게 모두 술을 한 병씩 가져 와, 큰 술통에 넣으라고 했을 때, 결국 그 큰 통은 물로 가득찼었다는 이야기. 모두가 '나 하나쯤 물을 넣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말로는 거창한 것을 떠들면서, 아주 사소한 것들을 무시한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 같아도, 옆에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지 않는다. 더하기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적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기울기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미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주 크면 빈듯 하고, 너무 크면 휜듯 하다" - 도덕경.
"무위지위" - 하지 않는 함- 도덕경
"사람들은 일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십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 - ??

아, 물론, 내가 극도의 염세와 냉소에서 벗어난 것이 몇 년 안 되기 때문에, 생활에서 가끔씩 부정적 태도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의지보다 습관이 더 무섭다는 말을 실감한다.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나로선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올바른) 긍정적 태도들을 보면, 기쁜 마음과 함께 그러한 태도를 배우려 한다.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아닐까.




위 글을 쓴지 3년이 지났다. 나는 과연 그동안 얼마나 위의 태도를 견지해 왔을까. 어느 정도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회의가 나를 약간은 주춤거리게 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추구하는 그 정도가 안되면 언제나 그 가치를 무시했었지. 바로, 그, 불완전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그 정도까지만 해도 괜찮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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