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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비관주의자인가, 정말?

by adnoctum 2014. 9. 26.




   지난 글(비관주이자였던 것이다)에서 나는 스스로가 비관주의자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었다. 그 이후 며칠이 지나는 동안 몇 가지 일을 겪으면서 나는 어쩌면 내가 그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비관주의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학습된 낙관주의라는 책의 저자가 생각하는 '비관주의'와 내가 생각하는 비관주의가 다르다. 또한, 어떤 한 사람이 비관주의자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다. 학습된 낙관주의의 저자가 사용한 기준들 중 몇 가지는 받아들일 수 있고, 그로 인해 그러한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내가 비관주의자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꼭 그 기준만으로 비관주의자임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 전 고속도로를 달리다 자동차가 고장이 났다. 그래서 마침 근처에 있는 휴게소에 들러 견인차를 불렀다. 결과적으로 근처의 정비소인 공주의 어느 정비소에 자동차 수리를 맡긴 후 이틀 뒤에 찾으로 가야 했다. 수리비 역시 대략 200만원 정도가 나온다는 것을 사고가 난 그 날 알 수 있었다. 자동차 수리를 맞긴 후 정비소를 떠날 때 내게 든 생각은 

'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군! ㅎㅎㅎ'

였다. 난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러기 위해서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 마음 가짐 자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한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공주 여행 할까?'

였다. 어떻게 보면 철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난 어차피 벌어 진 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다면 그냥 받아 들인다. 그래서 그 날, 그 다음 날, 그리고 차를 받기 전까지 저 일은 내게 거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단지, '아, 기묘한 경험이다, ㅎㅎㅎ', 였다. 심지어 차를 받으러 가는 날은 거의 여행하는 일정에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공주를 돌아 다녔다, ㅋ. 


   이번 주 초에 알게 된 것은, 지난 며칠간 내가 실행시켰던 일의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것. 보통 컴퓨터를 30~80대(quad core라 했을 때) 정도를 이용해서 일을 해 왔고, 대략 한 달 정도를 돌렸으니 양으로 보면 다소 막대한 양이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된 것이다. 초기 입력 파일에서 3차원 공간 상의 직육면체의 크기를 찾는 부분이 잘못되었다. 결과의 일부를 살릴 수 있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아예 하나도 살릴 수 없다. 그런데 그 때, 어떤 의도에 의해 어떤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냥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시 돌리는 절차를 진행시켰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한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이 진행되지 않는 나의 습성상 이러한 상황은 그냥 내 성향이 이럴 뿐인 것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나 페북에, ㅋㅋㅋ, 거리면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언급한 후 지금까지 얻은 결과를 일단 한 쪽에 몰아 놓고 새로 결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일종의 격려를 하기 시작한다. 난 그냥, "ㅋㅋㅋ, 괜찮아, 뭐, 어디 간 거 아니고, 다시 돌리면 되지", 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좀 더 반복되다 보니, '아,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은 다른 사람의 경우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 어차피 벌어 진 일인데 그것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 가려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일이 발생한 원인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다. 


   내가 비관주의적 언급을 하는 주요한 경우는 한국 사회에 관하여 이야기 할 때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해외 은닉 재산이 전세계 3위인 이 나라가 과연 정상일까? 중국/러시아/한국/브라질, 순위의 해외 은닉 재산이라니, 게다가 다 인구가 억이 넘는 나라들인데, 우리 나라는 자본주의/민주주의 국가이고 인구도 5천만인 나라인데, 그런데 해외 은닉 재산이 3위란다. 이런 나라가 과연 정상인가? 이런 나라에 대해 비관적 시각을 갖는 것이 내가 비관주의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는가? 애써 내가 비관주의자가 아님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난 이 나라가 여전히 비관적이고 절망적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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