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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영화

플레전트 빌: nerd ville

by adnoctum 2011. 7. 31.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모두가 완벽하고, 오직 평화만이 있는 세상, pleasant ville. 과연 그런 세상이 아름다울까? 그런 세상은 그냥 회색만이 존재할 뿐이다.



플레전트빌(pleasantville)
1998, 미국.

  


  
   모든 사람이 똑같고, 착하고, 완벽하다. 다툼도 없고, 사고도 없다. 소방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해도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를 구하는 것 정도. 그런 세상에 날나리(여자)와 범생이(남자)[각주:1] 남매가 들어가게 된다. 남자 아이는 이 범생이 마을의 tv 프로그램을 거의 외우다시피 보아 왔고, 그래서 이 동네가 그냥 계속 변하지 않고 평화롭게 유지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날라리인 여자 아이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일단, 그나마 좀 괜찮은 남자 아이와 화끈한 데이트를 한다. 그러자 그 데이트 상대는 새로운 기쁨을, 감정에 충실한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이 일은 학생들 사이에 급속히 퍼지게 된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이 약간 늦게 직장에 나가면서, 동료가 평소에 하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항상 똑같은 일만 하는 것에 실증이 난다. 가장 기쁠 때는 매년 크리스마스 카드에 그림을 그릴 때. 이런 식으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진정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못마땅한 사람들이 있다. 마을이 평화롭던 예전과 달리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국 색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분리하려 하고, 심지어 색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두 명을 공개법정에서 벌을 세우려 한다. 하지만... 결국 분노가 색으로 나타나고, 마을은 화려하게 변한다.


   도서관의 책에는 아무 내용도 없지만 주인공이 내용을 얘기해 주자 내용이 채워 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 앞에 길게 줄을 선다. 하지만 마을이 그냥 유지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로 인해 책은 결국 불태워 진다. 주인공이 공개 재판을 받는 발단이 되는 것은 결국 벌거벗은 여자 그림이었다. 원래 보수란 자칫하면 이렇게 변하기 십상이다. 책을 통해 여러 생각들이 번지게 되고, 예술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게 되고, 그러면 세상은 변화를 맞딱뜨리게 된다. 이 때,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 하는 이들이 생긴다. 그들은 '평화로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억압을 시작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억압. 이런 예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얼마 전 국방부에서 '금서'를 정해서 대박을 터뜨려 주었던 것[각주:2]과, 바로 며칠 전, 음란물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누군가의 이야기. 이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일반적으로 이렇게  '보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폭력적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이런 내용의 논문도 있었지. 잘못된 것이 아닌데 하면 안되는 이유, 이런 것을 찾기는 힘들거든. 그러니 그냥 폭력으로 억압을 하려 할 뿐이다.

   사람은 개성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된다. 개성을 찾지 못해서 결국은 비교에 의한 우월감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행복'이 자신의 개성을 지키며 사는 것이지 남보다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남보다 좋은 차, 넓은 집,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무작정 달리지 않아도 된다. 빵을 만들어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 주는 것이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선 개성없는 사람들의 마을을 범생이 마을로 묘사했지만, 이런 마을은 극단적 경쟁만이 남아 있는 각박한 세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현재의 한국의 모습일 것이다.











  1. 아... 자막 없이 봤더니 누가 나이가 더 많은지 모르겠다. [본문으로]
  2. 얼마 전 국방부에서 금서를 10권 정도였나 지정을 했다. 그 즉시 yes24였나, 하여튼 어떤 인터넷 서점은 '국방부 금서 목록'이란 묶음을 구성, 판매를 개시, ㅋㅋㅋ.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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