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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노을과풍경

이른 봄자락에서

by adnoctum 2011. 2. 21.


   이젠 제법 봄이다. 오래 전부터 뿌리 내리고 있던 양지 바른 곳의 철쭉 꽃봉오리들이 꽃망울을 머금기 시작한 것을 눈치 챌 수 있으니까. 해가 일찍 지는 곳에 남아 있는 흰눈이 아직은 겨울이 다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그래서 그런지 아직 봄의 새싹 돋아 나는 냄새는 나지 않지만, 해지고 부는 바람조차도 날카로움을 잃은 것을 보면 봄은 봄인 것이다. 나는 여전히 쌀쌀함을 가장 좋아하고, 그 안에 담긴 몇몇 알 수 없는 아련한 감정들을 그리워 하긴 해도 싱그럽고 설레이게 다가 오는 봄이기에 겨울이 감을 굳이 아쉬워 하지는 않아 본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그리고 요 최근 며칠동안 자주, 밤안개 잔뜩 낀 가로등을 바라 보며 방에 들어올 때나, 눈부신 햇살 아래 걸으며 제법 순해진 바람을 맞을 때나, 분주히 움직이는 도시 사람들 속에 조용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볼 때나, 꿈을 느낀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 나의 죽음을 생각해 보았다. 죽기 직전에 이런 순간들이 문 틈 사이로 보였던 달리는 말의 등처럼 재빠르게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많은 꿈들이 채 피기도 지기 전에 시들어 버리는 판국에 현실은 나를 조금은 떠밀고, 내가 한 선택이기에 결국은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지 모르는 내 미래. 훗, 어찌 생각해 보면 조금 우습기도 하군,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이런 설레임을 갖는다는 것이. 요즘 사뭇 게을러 진 것을 느끼기에 자리 이동을 제시, 곧바로 시작되어 이제 거의 끝. 나는 계속 나아가길 선택한다.

(ㅎ, 이리도 돌려 써 놓으니 나중에 내가 읽어도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이군... >.<"")

   그 느낌이 정말 좋다. 어린 시절 가졌던 설레임과, 아련히 남아 있지만 여전히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 과거들과, 내가 내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의 지금과, 그리고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설레임이 모두 뭉뚱그려져서 알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다가오는 이 느낌. 왠지 과거 어느 때처럼 경험했던 것 같은, 아직 펼쳐지지는 않은 미래, 이내 곧 만나게 될. 그리고, 그것에 대한 설레임. 이, 비문으로 쓰일 수밖에 없는 다소 모순된 감정이 종종 찾아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 진다. 항상 그리워 하던 과거의 그 어느 모습처럼 남게 될 미래의 어느 날에 대한 설레임, 정도로 표현할 수 있으려나... 하여튼 이 느낌은 말로 표현을 잘 못하겠지만 여하간 '설레임'의 일종이긴 하다. 조금은, 조금은 더 활기차고 부지런히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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