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관련/연구_생각

생명체와 엔트로피

by adnoctum 2010. 7. 27.


생명체는 엔트로피를 먹고 사는 개체일 뿐이다.

  엔트로피란, 물질의 무질서한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 때, 어느 상태에 대한 '무질서한 정도'란, 그 상태가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을 의미한다. 자연은 확률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자연이 움직이는 규칙을 인식하는 방법 그 자체가 '확률'인지도 모르겠다.


  엔트로피는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엔트로피를 낮추기 위해서는, 즉, 무질서한 정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질러진 방을 치우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생물체는 기본적으로 '열린 시스템'이다. 생물체는, 자신을 이루는 구성 성분들을 특정한 구조로 유지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섭취한다. 소화란, 물질의 엔트로피를 높이고, 그 때 물질에서 빠져나온 에너지를 이용하여, 개체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행위를 말한다. 즉, 개체, 즉 생물체는, 외부의 물질을 자신의 안으로 끌어들인 후, 그것을 잘게 자른다. 물질을 잘게 자르면,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된다. 물질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물질의 에너지는 낮아진다. 이 때 필연적으로, 물질에서 에너지가 방출된다. 생명체는 이렇게 발생한 에너지를 받아들여서, 자신을 이루는 물질이 일정한 구조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왜냐 하면,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조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어떤 물질이든 그냥 두면, 결국은 구조가 흐트러진다. 구조가 흐트러진다는 것은,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생명체는 자신을 이루는 물질의 구조가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즉 자신의 엔트로피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외부 물질을 섭취하여 소화시킨다. 이렇게 외부 물질의 엔트로피를 높이고, 그 때 나온 에너지로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방법으로, 생명체는 '항상성'을 이룩한다.

  탄수화물을 glycolysis(해당과정)을 통해 CO2와 H2O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꾸는 것은, 1개의 (라고 하곤 좀 그렇지만) 물질을 여러 개의 물질로 자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엔트로피를 높이는 것이다. 거울 1개를 깨면,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단 glycolysis뿐만이 아니라,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catabolism(이화작용, 즉, 분해작용(왜 이화작용이란 어려운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은 모두, 섭취한 외부 물질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작용이다. 이 때 우리는 생체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ATP를 얻게 된다. anabolism(동화작용, 즉 생합성작용)은, catabolism으로 만들어진 ATP를 이용하여 진행된다. 즉, 외부 물질의 엔트로피를 높이면서 발생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일정한 구조를 갖는 생체 분자를 만드는 것이다. 생체분자는, 자연의 모든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구조가 흐트러지기 때문에(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anabolism으로 계속 생체분자를 만들어서, 구조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즉 엔트로피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포막을 이루는 지질들은 mitochondria에서 leaky하게 계속 발생하거나 면역작용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활성산소종(ROS)에 의하여 lipid peroxidation 이 되기 때문에 계속 intact 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있을 수 없다. 즉, 생체는 지속적으로 '망가지는 형국'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구체적 원인은 모르겠으나 enzyme의 활성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다 - in vitro에서 뿐만이 아니라 in vivo에서까지. 무지하게 많이 발달되어 있는 stress defense system은 외부의 자극에 의하여 인체 내부에서 유발된 잘못된 단백질이나 그 밖의 유기물을 제거하는 기작을 갖고 있다.

  따라서, 생명체는, 엔트로피 관점에서 '열린 시스템'이다.

  위와 같은 과정이 파괴되는 것이, 죽음이다.


(Lehninger 의 Principles of Biochemistry 3판의 9쪽 그림 1-9는 좋지 않다.  이 그림은 외부 물질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생체의 엔트로피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된다는 개념이 명확히 표현되어 있지 않다.)

'연구관련 > 연구_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져간 이들을 기리며  (4) 2011.01.07
의미없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2) 2010.12.09
불완전함에서  (0) 2010.06.03
그건 완벽주의 문제가 아니라는  (2) 2010.06.03
연구의 한계에 대한 자각  (0) 201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