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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여행/일본(2007)-여행

여덟째 날 오사카 - 공원 둘러 보기

by adnoctum 2010. 7. 18.


2007년 1월 20일 토요일 - 여행 여덟째 날 오사카 - 공원 둘러 보기




 오후 1시 50분경, 스미노에 공원


  이곳은 마치,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살짝 받는다. 조화될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안고 있는 듯한...... 지금까지는 여행책자에 나와 있는 장소들을 이동하였으나, 오늘부터는, 전철역에 나와 있는 역의 이름 중, 공원이 들어가는 곳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스미노에 공원이 그 중 첫번째이다. 지금까지 갔었던 공원 중에는, 동네 놀이터보다 약간 큰 공원이 대부분이었으나, 이 곳은 공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잘 맞게, 크기도 적당히만 크고, 여러 가지가 조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시민들 중 상당수는 할머니/할아버지와 어린이들이고, 저마다 낚시를 하던가, 흙장난을 하던가, 아니면 지들끼리 무슨 놀인가를 하고 있다. 한쪽 운동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하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 혹은 제들끼리 자전거를 타거나 흙장난을 하고 있다.




  공원은 그래도 꽤 넓어서, 어느 쪽은 수영장이 있고, 어느 쪽은 작은 호수가 있고, 어느 쪽은 운동장이 있다. 공원 전체적으로 나무가 많이 있어, 그늘이 많이 생긴다. 위도가 많이 낮다지만 그래도 겨울인지라, 밖에 조금 앉아 있으니, 약간은 쌀쌀한 기운이 돈다. 일본 어디를 가나 들을 수 있었던 까마귀 울음 소리와 더불어, 지금 이곳에서는 알 수 없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도 계속 들려 온다. 공원 바로 밖에서는 대형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계속 나무를 뚫고 들어와, 그나마 여기가 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언제 어디를 보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나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매우 평화롭다. 곳곳에 고양이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며, 이따금식 비둘기 무리가 하늘로 날아 오른다.


  연못 물은 좀 더러워 보이지만, 그래도 물가 주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연못 한 쪽으로는 제법 경사가 있는 돌다리가 하나 있고, 물을 바라볼 수 있는 방향으로 의자가 여러 개 있다. 공원 중간중간에 마련되어 있는 화단에는 꽃이 피어 있고, 오리는 물 위로 천천히 떠다닌다. 공원의 길은 직선인 곳이 별로 없고, 교차점 역시 항상 곡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뒤에서는 비둘기가 만들어내는, 부스럭 소리가 계속 들린다.


  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이 근처에 살고 있으며, 주말에 휴식차 이 곳에 들른 사람이라고 해도 괜찮다.


오후 5시 10분 경, 하마데라코엔역


  지금은 하마데라코엔 역이다. 실외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서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 놓은 곳이기 때문에 드디어 무엇인가를, 추위에 떨지 않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나아졌던 오른쪽 다리가, 어제의 3시간이 넘는 도보와, 오늘 아침의 1시간의 속보, 그 후 지금까지 계속된 산책(?) 때문에 다시 아파졌다. 지금 다시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마데라 공원을 둘러 보았다. 일본색이 짙게 나는, 편의점 하나 찾아 보기 힘든 이런 곳에 저렇게 넓고 운치있는 공원이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공원 입구는 낡디 낡은 육교 하나가 있고, 입구의 양 옆에 있는 탑 두 개는 이끼가 낀 것인지 참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공원 안은 매우 넓고, 깨끗하며, 벛나무와 소나무가 있고, 한 쪽으로 꽃밭이 따로 있고, 여기저기에, 이름 모를 놀이 기구가 있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한 쪽은 테니스 코트가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아쉬운 탄성을 지르며 테니스를 하고 있다. 포장된 중앙 통로 이외에는 대부분이 흙길이고, 벤치도 꽤 여러 곳에 있으며, 중앙 입구 맞은 편 꽃밭 앞에는 야자수를 등지고 있는 분수도 있다.




  놀이터에서는 계속 아이들이, 그 특유의 천진난만함으로 소리를 지르고, 저 멀리서,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아이들의 울음 소리도 들려 온다. 입구의 반대쪽으로 걸어가자, 여러 사람이 가족 단위인듯한 무리를 3~4명씩 이루어 들어 오고 있다. 만은 사람의 손에는 개줄이 들려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서로 공을 주고 받으며 가고 있다. 어느 순간, 나와 같은 방향으로,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이 깊이 파인 할아버지가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흰 장갑을 끼고 자전거로 나를 획 지나간다. 그 때, 반대 방향에서 4발 자전거를 탄 아이가 할아버지와 똑같은 자세로 자전거를 타고 나를 지나간다. 스윙걸즈의 여주인공이 타고 놀던 한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는,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옆에 있는 아이와 자전거를 바꾸어 탄다. 아마도 한발 자전거와 두발 자전거를 교대로 타기로 약속을 했었나 보다. (서로 차례를 정해 두 자전거를 교대로 타기로 한 것 같은데, 그 주고 받는 모습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하여, 일본이 철저하게 규칙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는 저렇게 어린 아이들에게서부터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아주머니는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뒷좌석에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태우고 한 발로 땅을 4~5번 굴러 자전거에 속력을 어느 정도 준 다음 출발한다. (다음 공원으로 가는 기차가 5시 34분에 잇다. 원래는 바닷가에 있는 공원에서 저녁 노을을 보려고 했는데, 이 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나뭇 속 그네에서는 엄마와 아빠로 보이는 어른과 한 아이가 있고, 아이는 그네를 타고 어른들은 그네 앞에 있는 철로 된 울타리 같은 것에 걸터 앉아 있는데, 아이는 무어가 그리 즐거운지, 아이의 계속되는 웃음 소리가 괜히 나까지 웃게 만든다.


  스미노에 공원은 비교적 아담하다 하면, 하마데라코엔은 크고, 다양하다. 스미노에 공원은 녹지가 적어서 아빠들이 나오기에는 그리 석 내키지 않을 것 같으나, 하마데라코엔은 아빠들도 나와 굳이 놀이터가 아니더라도, 나무 사이사이에서 공놀이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테니스도 할 수 있는 등으로 아빠들도 나오기 좋아 보인다. 아마도 이것이 이 공원에서 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두 공원 모두에서, 도심의 공원에서 보이던 노숙자나 거지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나중에 살 곳도 이런 곳이어서, 주말이나 평일 저녁, 이렇게 가족과 밖으로 나오는 상상을 잠깐 했다.


  오후 11시 8분경 오사카 남바 워싱턴 호텔 1322호


  오늘의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제일 마지막에 간 미사키 공원은, 이미 너무 어두워져 있어서 입구에서 그냥 돌아왔지만 말이다.





  오늘은 아침 7시에 일어나 어제 못 갔던 마루야마 공원과 나고야 성을, 수준이도 간다고 해서 같이 갔다. 7시에 일어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바로 출발했다. 어제는 가까운 줄 알았는데, 이미 두 시간 이상을 걷고 간 것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멀었는지에 대한 감각이 없었던 것 같다.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꽤 먼 거리였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는데도 말이다). 나고야 성에 도착했을 때는 7시 35분쯤이었는데, 성에 들어가려면 9시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곧바로 숙소로 들어 와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오사카로 떠났다.


  여행사에서 준 유인물에는 교토인지 고베까지 신칸센을 타고 가라고 되어 있는데, 숙소가 있는 오사카가까지 오는 길을 찾아 보니, 더 저렴한 가격에 기차가 있어서 그것을 타고 왔다. 오는 도중 내 대각선에 어떤 여자가 앉았는데, 일행이 4명이었기 때문에 의자를 돌려 앉는 바람에 나와는 마주 보는 형태가 되었다. 그래서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옆에 있는, 5~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의 엄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듯 했다. 매우 예뻤기 때문에 중간중간 시선이 갔는데, 이럴 때면 약간 곤란한 상황이 생기곤 한다. 나는 일반적으로 기차나 버스를 타면 창 밖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하여 항상 밖을 바라보는데, 오늘처럼 통로에 앉게 되는 경우에는, 반대편쪽 창가를 통해 밖을 본다. 그런데 내 시선이 가는 부근에 있는 사람은 내가 자신을 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오늘처럼 몇 번 직접적으로 시선이 가긴 할지라도, 주로 밖을 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그것이 주 목적인데... 조금 있다 내가 수준이한테 비교적 큰 소리로, "야, 저 여자 귀엽지 않냐?"란 소리를 했다. 그 순간 수준이가 뭐라고 하며 그 여자를 보다, 눈이 마주쳤다며, 우리가 자기 얘기하는 것을, 한국어를 어딘가에서 배워서, 알지도 모르겠다며, 이제 자신은 그 여자를 못 쳐다볼 것 같다고 했다. 내가, 그건 그냥 우리가 괜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자, 나보고 5초만 그 여자를 보라고 한다. 워낙 사람을 빤히 보는, 정도가 너무 심해 나쁘게 되어 버린 버릇이 있어서, 이것은 아주 쉬운 일어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마도 애의 이모뻘쯤 될 거다, 뭐라 라는 이야기를 하느라 2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오사카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그 여자를 보며, 이문열이 그의 소설 [레테의 연가]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했던, '아름다움은 그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것입니다.'란 말이 생각났다.


  기차에서 내려 비교적 쉽게 숙소를 찾아 check-in을 하고, 각자 갈 길로 떠났다. 나는 우선 기차에서 선택한, 역 이름에 공원이 있는 것들 중 오사카만쪽에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그 중 첫번째가 스미노우에 공원이었다.


[[스미노에 공원에서]]


스 미노에 공원에서 하마데라코엔까지는 쉽게 갔다. 그러나 역에서 나오자, 어느 곳이 공원인지, 그리고 마을도 매우 작고, 역 주변 어디에서도 지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역 직원에게 물어 봤더니, 앞쪽을 가리킨다. 보아하니 나무 몇 그루가 보이는데, 저것이 공원이다 싶어 그 쪽으로 걸어 갔다. 역에서 150m정도 앞에 있는, 역이름이 제대로 어울리는 상황인 것이다 - 서울대역하고는 달리. 공원으로 들어 가기 전, 배가 고파서 밥을 먹기 위해 가게로 들어 갔다. 주문을 하고 조금 있다 음식이 나오는데, 젓가락이 없다. 서빙을 하시는 할머니에게 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시늉을 하자, 할머니가 종이와 펜을 갖고 오신다. 나는   이렇게 그리고, 숫가락 그림 한 번을 가리키고 바로 다시 숫가락을 가리키자 할머니가 알았다고 하시며 나무젓가락을 갖고 오신다. 음식은 별로 맛이 없었다. 도중에 너무 맛이 없는 것 같아, 혹시 함께 나온 빨간 단무지를 같이 먹으면 좀 나을까 해서, 그것도 집어 먹어 보았더니, 조금은 나아진다. 배가 고프니 우선은 먹고, 그리고 나와서 공원으로 들어갔다. 신호등이 있으면서도 옆에 낡은 육교가 있어서, 희안해서 육교를 통해 공원으로 들어 갔다.


[[하마데라 공원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역에서 공원 입구까지 그 짧은 거리와 육교를 보며 느껴졌던, 그 동네의 비루함은 공원의 정취와 그곳의 사람들과 너무도 안 어울렸다. 주로 역 앞이 번화하게 될텐데, 그곳은 그렇지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일본에서는 아주 평범한 생활에 그 정도의 상점과 그런 정도의 생활이 공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구.


  하마데라 공원을 나와 다시 전철을 타고 미사키 공원으로 향했다. 원래는 바다에 있는 공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인 저녁 노을 보고자 여행경로를 이렇게 잡았으나, 이미 너무 시간이 늦고 말았다. 그래도 그때까지 둘러 본 두 개의 공원이 마음에 들어,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미사키 공원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매우 빨리 줄어들어, 미사키 공원을 한 두 정거장 남겨 두고는 한 칸에 나와 다른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처음 어딘가를 갈 때 갖게 되는,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기차(버스)는 더 이상 가지 않고 이제 내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터무니 없는 걱정을 아주 잠깐 해 보았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서 어둠이 깔린지 오래였고, 공원에는 가로등만이 사람들의 빈 자리를 대신 비추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숙소로 돌아 갔다.


  난바 역까지 빨리 오는 열차가 있는 한데, 나는 그냥 열차에 밖 경치나 본다는 심산으로 계속 천천히 오는 열차에 앉아 있었다. 잠시 졸았을까,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간이 다 되어 간다. 중간중간 다른 열차 노선과 만나는 지점에서는 10분 정도 서 있기 때문에, 정거장 수가 20~30개 남짓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지났다. 나는 아무려면 어쩌랴 하고 그냥 계속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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